우리가 결혼을 해서
주욱 변함없이 행복할 수 있을까?
감정의 '변함없이'를 지금부터 강요하는 것,
결혼을 하면 반드시 행복할 것을 요구하는 것,
우리가 가진 '가족의 탄생'과 '행복한 결혼 생활'에
대한 환상은 제도의 그러해야 함에 길들여진 파편들의 조합이 아닐까.
그래서 남들과 다르다면 불안하고,
마땅히 그러한 모습으로 가족의 틀을 유지해야하는 강박을 가지는건 아닐까.
나는 고민이 많은 싱글이었다.
당신과 결혼해 변치 않을 자신 따위 없었다.
더 솔직히 말하면
당신과의 미래가 어떠할까보다
현재의 당신과 함께 있는 시간이 좋았다.
그래서 그냥 결혼하고 싶었었다. 당신과.
그런 마음이 생기자
어리고 서툰 당신을 존중하고 싶어졌다.
남편은 든든하고 기댈수 있는 존재여야한다는 당위가 깨졌다.
나는 때론 당신에게 든든하고 기댈 수 있는 존재로 옆에 있고 싶었다.
지금 당신은
과거, 결혼을 결심했던 그때와 많이 달라졌다.
내 앞에서 수줍어 하지도,
허세 팍팍 풍기며 멋진 데이트 코스로 이끌지도 않는다.
대신,
아이를 재운다.
아이를 업고 자장가를 나직히 부른다.
그 소리가 작은 개울물 졸졸 흐르듯,
리듬감 있게 소근거려
옆에서 책 읽던 나는 곧잘 잠에 먼저 빠져든다.
그가 아이를 재우고 새우잠 든 나의 옆에 눕는다.
내 등을 쓸어주며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그가 잠들었는지 얘기가 끊긴다.
낮은 코골이에
고단했을,
그의 하루를 떠올려본다.
그와 나는 변했다.
그 변화에는 우리의 노력이 아로 새겨져 있다.
밋밋한 하루, 고단한 저녁의 연속에서 더 좋은 사람, 동반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담긴 노력.
그래서 담담하게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