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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리딩 Jul 30. 2017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어느 날.

- 자네 노후 자금으로 현금은 얼마나 가지고 있나?

- 1억이 좀 안 되지.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어.

-어허. 무슨 생각으로 그것 밖에 못 모았어. 백세 시대에. 아프면 어쩌려고. 난 연금 나오는 것 자식들 생활비로 주고 있어. 그래도 짐 안 되려면 현금 많이 가지고 있어야 안되겠나.

- 그럼 자네는 얼마나 가지고 있나?

-나? 20억은 넘지. 부동산은 살 때보다 엄청 올랐고...사실 연금과 월세는 매월 나오지만 딱히 쓸 데가 없어서 자식들 생활비 월 500만원씩 주고 있어. 젊을 때 돈이 많이 필요 하잖아.


 시골 학교 교장으로 있는 아빠 친구가 말했다. 얼마 전 부동산 투자 한 곳이 엄청나게 올랐다며


 한 턱 내겠다고 아빠를 부른 자리에 어쩌다 내가 친구와 한 잔 하고 있어 친구를 보내고 합석한 자리였다.


  그 분의 자제는 우리 학교 1등이었다. 그리고 서울대에 들어가 졸업과 동시에 최대 규모 법인에 회계사로 취업했다. 그가 받을 월급에 용돈으로 매월 받는 부모의 용돈을 생각해 보았다. 그 많은 돈으로 그는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돈이 많으니 사는  세상이 다를까.


 


얼마 전 동창이 학교 교장 선생님과 출장을 같이 갔는데 음료 하나 안 사고 대접 받으려고만 했다며 투덜댔던 것이 떠올랐다. 이 분이 현금만 20억 가지고 있고 자식에게 월 500만원씩 용돈을 준다는 걸 동창에게 말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나는 20억 이라는 단위를 가늠해 본다. 내 생활과는 거리가 먼 단위를 생각하며 고만고만한 생활에 만족하는 내가 욕심이 없어서 일까, 능력이 없어서 일까 또 생각해 본다.


 우리 아빠는 열심히 일해서 열심히 모았는데. 중고차만 타다 우리가 취업해서야 처음 새 차를 뽑으며 살았는데.  성실하다고 다 잘 사는게 아닌 건 예나 지금이나 불변의 진리처럼 느껴져 서글펐다. 출발점이 비슷했던 그들의  경제적 격차가 어떻게 해서 생겼는지 그 둘의 인생을 찬찬히 훑다 또다시 서글퍼졌다.

  내가 고등학생일 때 몸도 아프고 우산도 없는데 비가 와서 큰 결심하고 탄 택시가 신호마다 걸려 새까맣게 마음만 졸이다 한 달 용돈을 다 지불하고 집에 온 날, 몸과 맘이 다 아팠던 날이 떠올라서. 나는 행복한데 고만고만한 친척들 중에 결혼하면서 남자가 집 마련해오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라 못 산다는 얘기를 면전에서 들었던 날이 떠올라서.


 아빠는 소주잔을 연거푸 털어넣으며 씁쓸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아무런 잘못도 안했지만 마구, 종종 불편한 상황을 만드는 것에 수긍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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