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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리딩 Mar 19. 2016

여행의 여운을 남기는 법

동네 서점 나들이

배낭여행이든, 국내 여행이든 나에게 가장 좋은 동반자는 카메라와 책 한 권이었다. 특히 국내 여행 다니다 오래된 동네 서점을 발견하면 책 한 권을 산다. 가벼운 시집이나, 그 동네 느낌과 걸맞는 책으로.  그래서 여행이 끝난 뒤 일상에서 그곳이 문득 떠오르면 책을 뒤적여본다.

이 구절, 그때 그 나무 밑에서 다리 쭉 피고 앉아 읽다 잠들었지, 밤산책 다녀와 이 시를 읽는데 힘들었는지 나도 모르게 눈물이 툭-  털어졌었지.
라고 글자에 그 날의 공기, 생각, 분위기가 더해진다.


그러면 글자에 담긴 함의가 더, 더 풍부해진다.

아기를 재우고 남편과 간만에 데이트. 깨서 조부모님들 쩔쩔 매게 만들면 어쩌나 하는 맘도 서점 문을 열자마자 싸악 사라졌다. 늘 와보고 싶었던 속초 동아서점.

나는 새 책 냄새를 사랑한다.
그 냄새가 두근두근 심장을 뛰게하고,
마구마구 읽고싶은 마음을 들게한다.
빳빳한 종이를 꾸우꾸욱 눌러 여는 첫 장의 설렘이란. 어떤 놀라운 생각과 진솔한 감정이 녹아 있을까 보물 찾기하듯 책을  훑어본다.


나는 책을 고를 때  한 권의 책을 읽고 마음에 든다면, 꼬리의 꼬리를 물듯 그 작가의  작품 다 읽고  그 책에 언급된 책  읽어보고  더 마음이 일면  작가가 영향 받았던 책, 추천하는 책도 다 읽어 보는 편이다.




카페처럼 편하게 앉아 읽을 수 있게  만든 공이 있으니 어떤 책을 살지 고민될 때 툭 앉아 편안히 책을 훑어 볼 수 있을 듯해 맘에 든다. 책을 고르다보면 현기증이 날 때가 있으니.



아기자기 소품 보는 재미도 가득가득.


서점 주인은 젊은 감각으로 이제는 사양길로  접어드는 지적 사업에 숨길을 불어주고 있는 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무심한듯 하면서도 자상하게.




문닫을 시간 임박해서 찾았더니 손님이 없었
조명받은 책들이 반짝반짝 빛났다.



수많은 책들.



이 많은 책 중에 보석같이 내 삶에 탁 박혀줄

한 권을 만나는 건 쉽지 않지만

가슴 설레는 일.



내가 대학 시절 빠져 있었던 박완서 님의 책.
그녀처럼 나도 마흔에는 두런두런 삶을 이야기 할 수있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늘.


그런데 그녀의 작품이 교과서에 나오자 얼마나 평범해지던지. 가르치기 힘들어서 재밌게 할 수 있는 방법 연구로 골몰 했었지. 작품을 제도권 안에서 분석하는 일은 사실 좀 재미가 떨어진다. 개인의 배경 지식, 가치관과 경험으로 먼저 읽은 다음 자신의 생각과 비교하며 평론을 읽거나 부족한 부분에 대해 참고서를 보던가 해야하는데 참고하라는 참고서가 교과서가 된 격이 많다. 그러니 책이 재미없다는 아이들이 많아지지.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우리 이웃의 이야기 같지만 충격적이었던 그녀의 작품들.


이 책 중에 한 권을 새해 선물로 받고 싶다했더니 한 권을 뽑아들고 오는 당신.
나도 선물할 한 권을 찾기 시작했다.



나의 취향을 존중해줬던 당신을 위해

당신 취향을 곰곰이 생각해서.


그렇게 보물찾기하듯 책을 고르다 신영복님의 책을 발견했다.

얼마 전 타계한 정신적 등불.
어른다웠던 어른.
신영복선생님의 책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손글씨를  보니
여기가 더 좋아졌다.



자칫 책에 압도 당할 만한 이 곳에 손글씨와 간단한 설명이 묘하게 어울린다.



속초고 추천 도서 목록도 훑어보고.

나도 아이들에게 추천할 도서 목록을 만들어봐야겠단 다짐을 한다.

그리고 어설프지만 야심찼던 문학비평 시간도 재구성해봐야겠다 다했다.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 참 좋다.




동아 서점 추천 도서도 훑어보고..

아직 읽어야할 책이  참 많고 시간을 쪼개야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책이란게 누군가 추천하면 급작스럽게 친밀하게 느껴지기 마련.



베스트셀러에는 이유가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인기가 시들해진 베스트셀러
매력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소위 다들 읽는 책에 대한 가벼운 흥미로 읽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러다 진짜 좋은 책을 만나기도 한다.







서점에 어울리는 엽서도 귀엽게 붙어 있다.
우리 어렸을 땐 동네 서점에 책사면 엽서 한 두장 넣어 줬는데 여기도 그러니 참 푸근한 것이 좋았다. 내가 아끼고 좋아했던 동네 서점들이 하나 둘 사라져 안타까운 요즘, 이런 서점들이 하나 둘 더 사라지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책을 골라 들었다.

그리고 당신에게  줄 책의 값을 치르고 꼭꼭 눌러 손글씨를 쓴다. 당신 인생에 쉼표가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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