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싸울 때 시작은 아주 사소하나 감정은 아주 격앙된다. 모든 싸움이 그렇듯 객관적인 팩트는 날려버리고 주관적인 내면 상태만 남는다. 그리하여 나는 서럽고 또 서운하다.
그러다 남편은 선을 넘었다.
지금 이렇게 아이들을 키우는 것보다 시댁에 보내서 키우는 것이 낫겠다고.
내가 그렇게 못하고 있냐고 묻자, 단박 응. 지금 자신없어 하잖아. 애기 키울 정신 상태가 아니야..라고 말 한다.
안 그래도 이사하느라 고단한데, 짐 정리 하며 애 둘 보느라 힘든데, 곧 남편이 장거리 출항 전 해야할 게 많아 맘이 급한데, 어린이집이 생기지도 않아 걱정인데, 집에서 있는 아이 잘 못 놀아줘 미안한데.
고름이 터졌다.
이 새끼야! 넌 애들을 자신감으로 키우냐?
넌 건들면 안 되는 걸 건들었어.
바람없이 쨍하게 차가운 거리를 걷다 카페에 들어갔다. 맨 얼굴에 눈물 자국을 비비며 세 시간을 앉아 있었다.
그런데..이상하다.
혼자 커피 마시고 음악 들이니
괜히 좋다.
이참에 매번 애들 끼고만 있지말고 보내라는 어른들께 손주들과 오붓한 시간 선사하고 혼자 휙 겨울 여행이라도 다녀오는 것도 괜찮겠단 생각이 들었다.
까짓, 어머님이 티비 좀 보여주고 책 안 읽어주고, 햄 좀 먹이면 어때. 나처럼 버럭하진 않으시겠지. 시댁에서도 그렇게 보내라는데, 걸핏하면 남편도 애들 시댁에 보내자는데..
집으로 들어와 애들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트렁크를 꺼냈다.
사색이 된 남편!
내가 못 보낼 줄 알았지?
계속 전화 와서 안절부절하는 시댁.
네, 네! 갑니다~손자들. 저는 안 가요. 말로만 거드는 편한 육아 안녕일 겁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