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숯불갈비
수업 준비로 정신없는 가운데 은영의 전화를 받았다.
“뭐해? 점심은 먹었어?”
작업에 몰두할 때마다 끼니를 거르고 하다 보니 한 번씩 점심을 먹었는지 안부를 물어준다.
“내가 밥을 먹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거 같아.”
은영은 헐~이라는 소리와 함께 10분 후 도착이라며 전화를 끊는다.
시간을 보니 11시 30분을 향해가고 있었다.
주섬주섬 나갈 준비를 하고 작업실 1층 버스정류장에 앉아서 은영을 기다렸다.
“야! 타!”
은영은 창을 내리고 손으로 타라는 시늉을 한다.
은영이 정한 오늘 점심은 숯불갈비인 모양이다. 함께 도착한 곳은 대평들길에 위치한 느티나무 집이다. 건물은 커피숍같이 아기자기한 외관을 뽐내고 있지만 안에서는 구수한 선짓국과 촉촉한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느티나무 주차장으로 들어서자 자갈이 차바퀴에 깔려 우두득 소리를 낸다. 점심시간보다 좀 이른 시간에 와서 그런지 주차장이 조금은 한산했다. 오늘따라 하늘은 왜 그렇게 예쁜지 파란 하늘에 조명들이 어우러져 밤에 꼭 한번 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제법 바람이 차가운 늦가을이 지고 있고 나무에는 가지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건물만 봐도 따뜻함이 느껴진다.
식당 안은 2000년대의 음악들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미리 온 사람들의 목소리가 잔잔히 들리고 있었다.
우리는 자리를 잡고 돼지갈비 정식 2인분을 주문했다.
“금방 겨울이 올 거 같지?”
“그러게, 난 이미 겨울이다. 왜 이렇게 추운지.. 올해가 정말 얼마 남지 않았어”
“그러게, 시간 참 잘 간다. 내년에는 따뜻한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 누구나 다 바랄 테지만 코로나도 우리 살림도 괜찮아졌으면 좋겠어”
코로나 단계가 격상할수록 공방을 운영하는 나를 포함 개인사업자들은 점점 힘이 든다.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들이 하나둘씩 없어지고 온라인으로 대체되면서 버티기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하나둘씩 문을 닫는 가게들도 많아지고 손님이 줄어 힘들어하는 매장들도 많다. 비어있는 건물들을 볼 때마다 우울해진다.
“내년엔 괜찮아지겠지?”
나의 질문에 은영은 고개를 끄덕인다.
“괜찮아져야지?”
“점심 든든하게 먹고 우리 힘내 봅시다.”
맑은 선짓국과 샐러드, 콩나물국과 양파절임 각종 채소들이 우르르 몰려나온다. 나는 된장찌개, 은영은 냉면으로 주문했다. 촉촉한 양념을 한껏 뽐내는 갈비가 불판 위에 올려졌고 이내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익어가고 있다. 쌈 상추와 고추양념장이 나왔다. 일반 고추양념과는 다르게 느티나무 고추양념은 초록색이다. 청양고추를 넣어 그렇단다.
한입 먹기 좋은 크기로 고기를 자르고 다 익었을 때쯤 매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호기심에 고기 한 조각을 고추양념에 살짝 찍어 먹어보았다. 알싸한 고추의 맛이 입안에 퍼졌다. 매운맛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괜찮을 거 같다.
상추쌈에 고기를 먹고 맑은 선짓국도 먹었다. 괜찮은 조합인 거 같다.
밥을 다 먹어갈 때쯤 가게 안으로 점심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일찍 와서 자리 잡은 것이 다행이었다.
다들 오늘 하루를 버티기 위해 여기에 왔을 것이다.
맛있는 점심 한 끼로 오늘 하루가 든든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