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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림 Jan 22. 2023

새해에는 새롭자

#문장소감 365 #day 12

2023년 설날, 조용필 님의 '찰나'를 듣는다. 밝고 경쾌한 사운드, 맑고 시원한 성량이 둠칫둠칫 어깨춤을 추게 한다. 조용필 님은 베이비부머인 이모와 고모들의 오빠였다. 내가 십 대이던 시절은 90년대의 끝자락, 나는 '엣쵸티'라고 불렀던 HOT와 GOD, 신화, 핑클, SES... 보이그룹, 걸그룹, 댄스그룹 전성기였고, 조용필 님의 노래는 내게는 감히 한물간 노래처럼 들렸다. 목소리가 끌린다,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내 또래들이 듣는 노래가 아니니까. 나도 들으면 안 되는 노래처럼 거리를 두었다.


그러다 2013년 바운스를 듣고 생각이 180도 달라졌다. 신나는 비트와 쉽고 공감 가는 가사는 이모, 나, 조카 삼대가 모두 듣고 즐길 수 있는 어마어마한 대작이었다. 무엇보다 50년 가까이 현역가수로 매년 콘서트를 한다는 점이 존경스러웠다. 저질 체력이라 스탠딩이라면 단 한 시간도 관람을 마다하게 된 나로서는, 대기 시간까지 족히 서너 시간은 무대 위에서 파워풀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매년 연습하고, 습작하는 모습이 멋있게 다가왔다. 명예도 재물도 필요 없는 위치지만, 원로로 뒷짐 지고 살 수도 있지만,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팬들과 교감할 때 정말 행복하다는 말씀으로 팬들을 늘 200% 만족시켜 왔다고.


여러분, 기도하는~[20]의 다음 가사를 아십니까? 바로 꺄악~입니다.

나무 위키에서도 밝히고 있는 바, 이런 유머를 구사할 수 있다는 건, 통찰력이다. 자신에게만 취한 음악이 아니라, 음악을 듣는 팬들의 목소리에 귀가 열려 있는 멋진 어른의 유머.


 2022년 11월 18일 선보인 곡. '찰나'. 1950년 생인 선생님이 직접 작사, 작곡한 이 곡은 처음 마주친 순간의 설렘을 노래한다. 칠순을 지난 '노년의 감성'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사실 '노년의 감성'이라는 단어 자체에 내 편견이 담겨있다. 인생을 그 정도 살면, 경험도 많고,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많아져, 그 역설로 새로울 것도 없어질 거라는 섣부른 오해. 그런 오해를 했더랬다. 그러나 주변을 돌아오면, '내가 그거 해 봐서 다 아는데 엉!' 살아온 시간도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보면, 아주 오해만은 아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아집이 세져, 세대를 아울러 소통하는 감각을 갖추기는 어렵다.

코로나 시기 몇 년을 제외하고 매년 콘서트를 개최한, 거의 60년 현역가수의 최신작을 들으며, 새해에는 그런 다짐을 해 본다. 새롭자. 귀를 열고, 마음을 열고,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대하자.  

 

우리가 처음 마주친 순간
내게 들어온 떨림
그때는 뭔지 나는 몰랐어
햇살이 붉게 물드는 창밖
저녁노을의 끝에
자꾸만 걸려 너의 얼굴이
반짝이는 너 흐트러진 나
환상적인 흐름이야
어쩐지
워어! 느낌이 달라
워어! 눈뜨는 아침이
워어! 이렇게 빛나
생각해 생각해 생각해 봐도
우리 마주치던 순간에 와
나는 분명하게 기억해 워어!
결정적인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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