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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림 Jul 15. 2023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어요

부동산 빙하기에 이사 가기

생애  첫 내 집 마련

인(in) 서울, 사대문 밖, 직주근접이나 교통편은 불편한 동네였다. 분양받은 신축 아파트다. 현금으로 분양금을 다 지불할 수 없어 얼마간의 돈을 대출받았다. 주택담보대출 국채 연동으로 5년에 한 번씩 금리조정이 되는 상품이다. 대출을 받고 입주를 할 때만 해도 저금리 기조의 끝자락이라 이자율이 2.8퍼센트로 근로소득 내에서 35년 납, 매달 지불해야 하는 85만 원 정도의 원리금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금리가 오르기 시작했다

2022년, 미국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1달러 하던 치즈가 4달러. 4배 상승이다. 미국 연준(연방준비)에서 해결책으로 금리 상승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베이비스텝, 빅스텝. 몇 번의 금인인상 발표가 있을 때마다 주가가 요동치고, 한 발 앞서 국내 대출 금리도 상승 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신용대출이자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변동금리인 신용대출 이자가 3개월 단위로 불어나기 시작했고, 결국 이자납부로 고정 지출이 커졌다. 식비나 생활필수품을 구입하는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여가나 자기계발을 조절할 정도도 아니었지만, 고정지출이 커지니까, 원금상환이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저축이나 금융투자금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확실한 시그널은 신용대출 금리였다. 생활의 여유를 위해 소위 '파 두었던' 마이너스 통장에 매달 찍히는 이자가 심상치 않다. 물과 함께 끓여지던 개구리 신세였던 나, 서서히 온도를 자각하기 시작한다. 다른 개구리보다 피부가 예민해서 온도를 먼저 느끼는지 어떤 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자체적으로 긴축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은 이미 '무지출', '제로지출' 등 소비 줄이기 생활 실천을 하는 걸로 보였다. '금리', '긴축' 등의 단어를 검색하면, 포털 알고리즘에 의해 관련 뉴스들이 줄줄이 보였다. 서서히 머릿속에 경고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고정비를 줄이자

매달 고정적으로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이 있다. 통신비, 관리비, 보험료, 공과금, 각종 정기납부금액, 그리고 대출이자. 가장 아까운 돈이 대출이자였다. 줄일 수 있다면 줄이자. 수익이 조금 난 주식을 처분하여 마이너스 통장을 먼저 갚았다. 일부 남은 금액은 소비를 줄여 빠른 시일 내 마저 갚기로 한다.


가장 큰 고정비는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

지금의 주거환경을 누리는 대가로 지불하는 비용이지만 과연 이 금액이 합당한 것일까. 쾌적하지만, 혼자 사는데 방 세 개, 화장실 두 개는 넘친다. 미래의 가용자산을 끌어다 쓸 만큼의 만족도인지를 따져본다. 아니라는 결론. 집을 줄여 대출을 갚고, 매달 나가는 원리금 상환액을 줄여보기로 한다.


집을 줄여 이사를 가기로 결정했다.

몇 번을 고민만 하다, 마침내 부동산 문을 열고 들어선 것이 지난 5월 25일. 브런치에 서랍에 남겨진 그날의 기록은 이렇다.


이사를 가기로 했다. 처음으로 마련한 내 집, 2년 5개월이 넘는 동안 행복했다. 처음 이사오던 날의 설렘을 기억한다. 인생 최대 쇼핑이라고, 이 만족감은 얼마나 가겠냐며 사람들을 초대해 호들갑을 떨었다.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한 애인처럼 작은 구석 하나하나 예쁘고 소중해 보여 쓸고 닦았는데, 살다 보니 이 익숙함과 안락함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러다 막상 집을 내놓고, 이사를 가게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허전하다. 내 집이라고 하지만 오래 살지 못하고 떠나야 하다니."


그날의 기억은 아쉬움. 기껏 결정해 놓고 아쉬워하는 스스로가 어이없었지만, 이런 서운함, 아쉬움 마저 없다면 너무 인간미 없다며 스스로를 달래 가며 마음을 다 잡았다


세상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출도, 주거도, 생활도

그에 맞게 잘 맞춰 나가면 된다. 정체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변화를 꾀하면 된다. 그게 직장이든, 집이든 이렇게 고정비를 줄이는 것은 금융소득이 줄어든 것도 한몫을 한다. 급여소득 내에서 여유자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로벌 경제만 위기인 것이 아니라, 회사 내에서도 감원이다, 희망퇴직이다, 고용 안정이 흔들리고 있었다. 어떤 미래가 닥치든 여유자금이 있다면 다양한 방편으로 '먹고사니즘'을 모색해 볼 수 있으니까.


어라, 그런데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네.

집을 내놓고도 한동안 집을 보여달라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준비가 되어 있는데, 막상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으니, 위기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나, 이사 갈 수 있을까? 그렇게 두 달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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