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지방으로 이사해 출퇴근을 한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거의 예외 없이 같은 질문을 합니다.
“연고가 있나요?”
주거비나 출퇴근 시간보다 이 질문이 더 자주 나옵니다.
의외였지만, 곧 이해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어디에 사느냐’보다 ‘어디에 연결되어 있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자주 만나지 않더라도 가족이 그 도시에 살고 있고, 오래 알고 지낸 지인이 근처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삶은 안정됩니다.
관계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거주지를 선택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준으로 작동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묻습니다.
그곳에 나를 붙잡아주는 사람이 있는지를.
물론 다른 질문들도 이어집니다.
서울이라는 메가시티의 장점을 왜 내려놓는지,
지방으로 가면 주거비는 얼마나 절약되는지,
그만큼 출퇴근에 쓰는 시간과 체력은 감당할 수 있는지.
이 질문들에는 우려와 순수한 궁금증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화는 다시 같은 지점으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연고는 있나요?”
KTX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보다, 사람들은 그 도시에서 내가 혼자가 아닌지를 더 궁금해합니다.
출퇴근의 물리적 거리보다 더 멀게 느껴지는 것은,
아무런 연결 없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