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피의 고무고무팔이 부러워질 때
퇴사 후의 일상이 정돈되기 시작할 무렵, 시선이 가장 먼저 머문 곳은 결국 내 몸이었습니다. 흔히 개인의 건강 상태는 나이와 유전이 결정한다고 하죠. 나이는 누구나 공평하게 먹는 것이고, 유전은 제비 뽑기 같아서 그야말로 '모 아니면 도'입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진 카드이기에 좋은 카드면 고맙고, 안 좋은 카드면 억울한 감정이 증폭되기도 합니다.
신의 존재는 모르겠지만, 유전이 공평하지 않다는 것만은 확실히 압니다. 누구에게는 키, 얼굴, 몸매에 튼튼한 오장육부까지 몰아주시고, 누구에게는 비루한 몸을 던져주시니까요. 키 큰 친구가 키 작은 저에게 "너는 중력의 영향을 덜 받아서 허리가 안 아프잖아"라고 건넨 위로 아닌 위로도, 결국 주어진 카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일 것입니다.
어느 설문조사에서 퇴사 후 가장 하고 싶은 일로 여행과 휴식 다음으로 '건강관리'가 꼽혔다고 하니, 저 역시 제 몸을 돌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외면해 왔던 몸의 신호에 화답할 시간이 생긴 것이죠.
퇴사 후 몸의 변화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분분합니다. 스트레스가 사라지며 모든 증상이 낫는다는 '퇴사 만능설'이 있는가 하면, 회사 일에 몰입하느라 못 느꼈던 통증이 긴장이 풀리며 한꺼번에 터져 나온다는 '퇴사 후 긴장 해제설'도 있습니다. 제 경우는 다행히 전자에 가까웠습니다. 고질적이던 일자목 신경통이 말끔히 사라졌으니까요. 하지만 끝내 해결되지 않은 복병이 있었으니, 바로 퇴행성 증상인 '노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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