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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얇은 생각

무신사 자회사 솔드아웃 흔들흔들

무신사 솔드아웃에 대한 얇은 생각

by 박승준

솔드아웃(SOLDOUT)은 2020년 무신사가 만든 한정판 리셀 플랫폼입니다. 네이버의 크림(KREAM)과 거의 똑같아요. 사용한 중고들도 거래가 되지만, 기본적으로는 개인이 보유한 새상품을 개인이 거래하는 C2C 거래 플랫폼이에요. 플랫폼에서 검수를 통해 진품 여부나, 오염이나 하자가 없는지 확인한다는 점에서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들과 차별점이 있죠. 주로 한정판 신발, 콜라보 제품 등 쉽게 거래하기 어려운 상품들이 거래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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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솔드아웃 지분 전량 매각

그런데 이번에 두나무가 '에스엘디티(솔드아웃)'의 지분 21.55%를 전량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에스엘디티의 적자가 계속되면서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정리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에스엘디티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계속 몇 백억 원 단위의 영업손실을 내고 있어요.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죠. 한편, 무신사는 최근 에스엘디티를 흡수합병했습니다.



무신사는 패션플랫폼 1위인데, 왜 솔드아웃은..

솔드아웃은 지금 애매합니다. 애초에 도메스틱 브랜드 위주로 강점을 보였던 무신사와 솔드아웃은 완벽히 연결되기 어려워 보였고요. 따로 떼놓고 운영된다고 보기에는 경쟁 플랫폼에 대비해 혜택이 강력하거나, 마케팅이 좋았다고 보기도 어렵죠. 이러한 상황까지 오게 된 건 크게 2가지 이유로 요악되는 것 같습니다.


1) 리셀이 전보다 적극적이지 않아요

아무래도 한정판 플랫폼의 전성기는 나이키의 한정판 또는 콜라보 신발들이 인기를 끌었을 때인데요. 당시에는 필요한 거라면 정가의 몇 배가 됐든 거래가 되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후로 나이키에서는 비슷한 디자인으로 계속 제품을 만드니 점점 매력이 떨어지기 시작했고요.


또한 돈을 펑펑 쓰는 '욜로 소비'에서 효율적인 '요노 소비'로 넘어간지 좀 됐습니다. 고물가, 고금리의 영향도 컸고요. 돈이 없으니 리셀보다는 정가로도 구매를 잘 안 하게 됐죠.


여기다 솔드아웃뿐 아니라 크림까지 정·가품 여부에 대한 신뢰를 잃는 사건들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검수해서 정품을 사게 해준다는 게 이런 한정 리셀 플랫폼들의 핵심인데, 이 부분에서 신뢰에 금이 간 거죠.


2) 경쟁 플랫폼이 강력해요

크림이 특히 쎕니다. 흑자를 냈다는 소식은 없지만 2023년 매출은 1222억 원으로 2024년 거래액만 2조 3천억 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처럼 다른 데서는 구하기 어려운 브랜드들이 입점해 단독 상품을 팔기도 하더라고요.


번개장터는 중고거래 플랫폼이지만, '번개케어'를 통해 검수가 가능해졌습니다. 아직은 못 믿겠다는 시선도 있는 것 같지만요. 게다가 경제가 어려워진 만큼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중고거래도 활발해졌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른 플랫폼들보다 제품군이나 가격적인 측면에서 경쟁력이 크게 있지 않은 거죠. 이외에도 해외 직구가 쉬워졌다거나, 이커머스 구매처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한정판 리셀 플랫폼만의 매력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경쟁자가 있는 게 좋잖아요

다만, 어쨌건 무신사가 솔드아웃을 흡수합병하면서 변화를 꾀하는 건 맞는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는 크게 크림과 솔드아웃밖에 없는 상황에서 두 기업 모두 적자를 보고 있다는 건 안타깝지만요. 오히려 진입장벽이 있는 시장이기도 합니다. 솔드아웃이 성장해야 크림이 단독으로 질주하는 걸 막을 수 있겠죠.


boris-stefanik-q59HHtb9VZk-unsplash.jpg 출처: Unsplash


실제로 과거 크림과 솔드아웃에 대해 여러 이슈가 발생했을 때 일부 소비자들은 솔드아웃을 응원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경쟁자가 있어야 시장이 잘 돌아가니까요. 일례로 크림은 초기 수수료가 없이 운영했지만, 2022년부터 2년간 수수료를 12번 인상했습니다. 물론, 크림의 서비스가 있으니 이해할 수 있지만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라면 더 거침 없겠죠.


어떤 플랫폼을 응원한다!는 입장은 아니지만, 1명의 소비자로서 그리고 크림이나 솔드아웃도 함께 둘러보는 이용자로서 두 기업 모두 잘 돼서 싸게 팔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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