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코어?
'오타쿠코어'가 패션계에 등장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정확히는 서서히 오타쿠 패션이 떠오르고 있었다는 건데요. 카카오스타일(지그재그)에 따르면 상품검색량에서 오타쿠는 전년 동기 대비 123%, 갸루는 137% 상승했어요.
재밌는 건, 제가 알고 있는 '코어'라는 개념, 트렌드, 오타쿠 이 키워드가 서로 공존할 수 없지 않나라는 의문에 있어요. 일본에서 흘러온 '오타쿠'라는 단어는 특정 대상(문화 등도)에 집착적으로 관심을 갖는 걸 뜻하며, 지금에 와서는 '한 분야의 전문가'라는 긍정적인 의미도 있죠.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 사람들과 대화도 잘 안 하는 그런 부정적인 의미로 '오타쿠'가 쓰이기도 했죠. 한국식으로는 '덕후'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요즘 '너는 좋아하는 게 무엇이니? 취미는?'이라고 물어봤을 때, 대답하는 사람이 잘 없을 정도로 '선호'가 없어진 세상이라 무언가에 꽂혀 좋아하는 오타쿠가 멋있어 보이기까지 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오타쿠는 개인의 취향, 개성이라는 부분에서 '트렌드'와는 거리가 좀 있어 보이거든요. 더군다나 '코어'라는 건 어느 정도 대세감을 형성해야 하는데, 많은 인원이 오타쿠라면 오히려 취향이나, 개성보다는 '대중성'에 가깝다는 거니까요.
그래서 오타쿠코어라는 단어 자체가 더 어색하게 들립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서브컬쳐'로 여겨졌던, 일본 애니메이션, 만화가 이전보다는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사실이죠. 당연히 그들의 콘텐츠가 별로라서가 아니라 현실에 적응하지 못해 2D에 빠진.. 오타쿠.. 뭐 그런 이미지였으니까요.
그렇지만 <귀멸의 칼날> 시리즈가 인기를 얻고, 최근 개봉한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45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영화계가 침체라는 걸(오죽하면 나라에서 할인권도 뿌리는데) 다 아는 상황에서 귀멸의 칼날의 흥행은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얼마나 우리나라에서 사랑 받고 있는지 알려주죠. 저는 얼마 전에 진격의 거인을 정주행하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오타쿠코어로 대표되는 패션 아이템들은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라든지, 일본에서 신을 것 같은 크기가 큰 부츠라든지 등이에요.
특히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는 이전부터 스트릿 패션으로도 자주 활용됐죠. 귀여운 캐릭터들을 파우치,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활용하는 경우와는 조금 다르게요.
이런 분위기의 티셔츠도 자주 보였어요. 화려함을 넘어 무언가 어려운 영역의.. 그런데 특히 여성분들은 이런 티셔츠를 오버하고 스트릿하게 잘 풀어내곤 했습니다. 비슷하게 한정판으로 나온 티셔츠가 굉장히 고가였던 기억이 있는데 이름이 기억이 안 나네요..
이렇게 애니메이션 티셔츠를 가장 접근성 있게 만나볼 수 있는 건 유니클로죠. 디즈니, 스누피 등의 대중적인 느낌의 디자인은 물론, 에반게리온, 체인소맨 등 조금 더 매니악한 디자인들도 많아요. 실제로 가격대도 좋다 보니 꽤 사랑을 받고 있답니다.
오타쿠코어라고 보면 좋을지, 애니메이션코어라고 보면 좋을지 명칭은 헷갈리지만, 이전과는 다른 이런 트렌드가 있다는 점도 재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