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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대리 Aug 23. 2023

부모는 다 그런 거야 (1)

 여자가 남자에게 말했다.

 "나를 사랑한다면 내게 옷을 줘."

 남자는 여자에게 옷을 건네줬다.

 "나를 사랑한다면 내게 돈을 줘."

 남자는 집에서 돈을 훔쳐 여자에게 줬다.

 이후에도 여자는 남자에게 요구했고 남자는 계속 여자의 요구를 들어줬다.

 여자가 말했다.

 "나를 사랑한다면 내게 사람의 심장을 줘."

 남자는 본인 어머니의 심장을 꺼내 여자에게로 달려갔다. 급하게 달려가던 중, 남자는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그 심장이 말했다.

 "아들아 괜찮니? 다치진 않았어?"


 중학교 1학년때 담임선생님께서 매달 새로운 이야기들을 칠판 옆 게시판에 붙여두셨는데, 그 이야기 중에 하나가 이 이야기다. 부모의 심장을 뺐다는 것도 그렇고, 심장이 말을 한다는 것도 그렇고. 어린 학생이 읽기에는 다소 기괴하고 충격적이었는지 지금도 기억이 난다. 자식이 부모를 해치면서까지 잘못을 저질러도 이를 용서하고 자식을 먼저 걱정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런 것 같다. 어쩔 수 없나 보다. 그게 부모인가 보다.


 "띵동"

 "고객님, 안녕하세요"

 "네, 저 백만 원 적금한 거 해지해주세요."

 70대 할머니께서 높은 금리일 때 예금한 상품을 해지하러 오셨다.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보통 예금을 중도에 해지하러 오는 고객의 경우, 급히 돈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예금을 해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표정밝은 편은 아니다.

 "아, 네네. 고객님 혹시 누구 주려고 해지하시는 것은 아니시죠? 요즘 하도 보이스피싱이 많아서요."

 "저, 둘째 아들 주려고 그래요."

 가족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일 수 있다.

 "고객님. 아드님이 확실하신 거죠? 아드님 하고 통화하신 거예요? 갑자기 왜 필요한 거래요?"

 실례가 될 수도 있지만 노파심에 물었다.

 "네. 둘째 아들 대출 갚아주려고 그런 거예요. 요즘 대출 때문에 생활이 어려우니까 자꾸 집에 와서 짜증을 내요. 성질도 부리고. 자기도 이자 갚느라 힘드니까 그러는 게지."

 

 고객님께는 아들이 있다. 첫째는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아들. 둘째, 셋째는 재혼한 남편이 데려온 아이들. 둘째. 셋째는 쌍둥이다. 첫째는 이른 나이에 독립해서 잘 살고 있다. 재혼하는 어머니를 위해 자신이 걸림돌이 되지 않길 바라며 일찍 독립했다. 신앙생활도 열심히 하고 직장도 잘 다닌다. 어머니의 생일이면 식당을  예약하고 어머니를 초대하는가 하면 어머니께 용돈도 드린다.

 문제는 둘째와 셋째다. 둘째와 셋째는 어려서부터 늘 말썽이었다. 한 번은 어렸을 때 남의 돈을 훔친 적이 있는데, 그것을 보고 어머니가 혼을 내자 아버지는 자식들 편을 들었다.

 "여보, 그렇게 애들을 감싸고돌면 애들 엇나가요. 잘못한 건 혼을 내야죠. 그리고 그렇게 자꾸 엄마인 나를 애들 앞에서 무시하면 애들이 날 뭘로 알겠어요? 당신 일찍 죽으면 쟤들이 나를 데리고 살겠어요? 내쫓고도 남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애들이 그럴 수도 있지. 장담하는데 우리 애들은 잘 클 거야. 별 시답잖은 걸로 걱정을 하고 있어."

 그렇게 아버지는 어려서부터 자식이 잘못하면 따끔하게 혼내기보다는 자식들의 잘못을 감싸고돌았다.


 둘째 아들은 몇 달 전에 삼천만 원을 대출받았다. 코인에 투자한다고,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하던 아들은 결국 이천오백만 원을 더 대출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먼저 받은 삼천만 원 대출 때문에 추가 대출이 막히자 지방에까지 가서 대출을 받았다. 빠듯한 월급으로 대출이자를 갚고 나면 남는 것이 없었기에 둘째 아들은 늘 예민했다. 맨날 집에 오면 사소한 것에 화를 냈고 제멋대로 행동하기 일쑤였다. 대출받지 말고 열심히 돈 벌어서 그냥 살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둘째 아들에게는 그저 엄마의 잔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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