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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대리 Aug 28. 2023

부모는 다 그런 거야(2)

 셋째 아들은 연락이 두절된 지 몇 년이 흘렀는지 모른다. 둘째 아들도 셋째 아들과는 연락이 안 된다고 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고 했나. 막내아들이 잘 지내는지,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살아는 있는지. 어머니는 무척이나 궁금했다. 처음에는 집에 안 들어와도 연락은 닿았다.

 "아들아, 보고 싶다. 집에 좀 와서 얼굴 좀 보여다오."

 하지만 점점 연락이 뜸해지더니 나중에는 연락마저도 불가능해졌다. 어머니는 안 되겠다 싶어, 직접 아들이 산다는 집을 찾아갔다. 도저히 앉아서 기다릴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다. 아들이 산다는 집 문을 열었을 때, 집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집안 꼴은 엉망이었다.

 어머니는 밤낮으로 울며 신께 기도했다. 제발 셋째 아들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달라고. 정 안되면 살아는 있는생사라도 확인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몇 날 며칠을 그렇게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의 기도가 하늘에 닿았을까? 기도하던 중에 아들의 모습이 보였다. 어떤 문을 열어보니 셋째 아들은 위, 아래로 파란색 옷을 입고 어머니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머니는 물었다.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가 어디인가요? 어떻게 해야 이 아들을 찾을 수 있나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머니에게 돌아온 대답은 찾지 말라는 것이었다.

 기도하며 응답을 들은 어머니는 자신이 본 모습과 하늘로부터 들은 응답을 서둘러 가족들에게 이야기했다. 이에 아버지는 곧장 경찰에 전화해 실종신고를 했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가족들에게 경찰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래서요? 경찰이 뭐래요? 파란 옷? 어디 공장 작업복인가?"

 "좀 지나니 경찰에서 전화가 왔어.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에 실종신고를 할  그랬지."

 "아들을 찾았어요?"

 마치 내가 자식을 찾은 것처럼 흥분해서 고객님께 물었다.

 "그 경찰이 얘기하더라고. 지금 잘 있다고. 잘 있는데, 찾지는 말라고. 알아서 때가 되면 집에 갈 거라고."

 "아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살아는 있다는 거네요?"

 "안 그래도 애 아빠가 자기가 애 아버지인데 안 알려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난리를 쳤는데, 그렇게만 말하더라고."

 이쯤 되니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는 게 있어서 물었다.

 "그럼 그 기도할 때 봤던 청색 옷은요? 때가 되면 온다라...... 설마!"

 "응, 교도소에 있던 거였어. 그 파란 옷이 죄수복이었던 거고. 때가 되면 나간다는 건 형기를 마치면 출소한다는 의미였던 거지."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예상은 했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말. 그게 정말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래도 아직까지 집에 안 왔어. 출소한 건지 아직 거기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엄마라는 게 그런 거예요. 내 배 아파 낳은 자식은 아니어도 내가 엄마니까 늘 걱정되고, 신경 쓰이고, 내가 낳은 첫째 아들처럼 똑같이 마음이 가요. 둘째도 봐요. 이거 내가 악착같이 모은 적금이에요.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그게 자식보다 소중하겠어요. 그래서 조금이나마 대출 갚아주면 둘째 아들 숨통이라도 트이지 않을까 하고 해지하는 거예요. 대출 대신 갚아주려고. 그게 엄마 마음이에요. 부모는 다 그런 거예요."

 그 이후에는 고객님을 뵌 적이 없다. 그날 예금을 해지하고 가신 것이 고객님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신은 야속하기 그지없다. 엄마 아빠는 다 그런 것이라며 헌신적인 사랑을 퍼주는 부모를 줄 때는 언제고,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때쯤이면 부모를 데려간다. 그래서 부모를 사무치게 그리워하게 만들고 평생 부모에게 죄송한 마음을 갖게 한다. 부모는 다 그런 것이라 하더라도 부모가 조금만 더 이기적으로 살고 자식이 아닌 본인을 위해 살았더라면 자식이 갖는 죄책감이라도 덜할 텐데 부모는 다 그런가 보다.

 그래. 다 그런가 보다.

 부모님이 보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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