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생각 #56
언젠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는데, 책을 읽다 보니 누가 그었는지 알 수 없는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나는 처음엔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책의 중간 장을 넘길 즈음에 그것이 내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눈치채게 됐다.
평소엔 그냥 지나갈 문장도 밑줄이 그어져 있으면 나는 무의식 중에 더 곱씹어 읽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밑줄이 없는 문장은 큰 집중 없이 쉬이 넘겨 읽게 됐다. 나는 이처럼 누가, 어떤 기준으로, 왜 그었는지도 모르는 그 알량하고 비뚤배뚤한 밑줄들에 내 사고가 놀아나는 경험을 하고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얼마나 이 밑줄 같은 것들이 많은가. 예컨대 베스트셀러나 유명인 추천작과 같은 것 말이다. 그것들에 아무리 많은 사람이 같은 밑줄을 그었다 한들 그것들이 나에게 진정, 제대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일까?
남들이 그은 밑줄만 따라가기보다 나만의 밑줄을 그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세상의 많은 일이 이처럼 누군가가 그은 밑줄에 좌우되고 있다. 맛집, 관광지, 책, 영화...
예전에 김영하 작가가 청춘페스티벌에서 '나만의 데이터베이스 쌓기가 중요하다'는 말을 한 것에 깊은 공감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나만의 밑줄을 긋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나에게 현실적인 도움이 되는 밑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