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생각 #57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은 문학이 작품으로써 대중에게 관심을 얻으려면 '낯설게 하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시는 일상 언어에서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리듬, 비유, 역설 등의 규칙을 사용하여 언어를 낯설게 만들고, 소설은 사건을 있는 그대로 제시하는 게 아니라 플롯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하여 낯설게 만드는 것이다.
요지는 사람들은 일상적인 것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반응을 끌기 위해서는 낯설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학, 예술계는 끊임없이 다양한 기법과 새로운 작품을 통해 낯설게 하기를 시도한다. 그리고 그것이 대중에게 익숙해질 때 즈음 또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나는 우리의 일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저 큰 변화 없이 루틴한 삶을 살다 보면 모든 시간은 일상이라는 테두리에 갇혀버린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는 우리의 삶에 스스로 주목하지 못하게 된다. 뻔한 소설을 굳이 펼쳐볼 필요를 못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상에 '낯설게 하기' 기법을 도입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은 늘 출근할 때 타던 버스 노선 대신에 지하철을 타보는 것이 될 수도 있고, 자주 가던 단골 식당 대신에 인터넷에 리뷰 하나 없는 새로 생긴 식당에 가보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또는 새로운 취미를 만들어볼 수도 있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 볼 수도 있고, 집의 인테리어를 바꿔볼 수도 있다.
놀라운 점은, 무엇이든 정형화되어있던 무언가에 낯섦을 더하게 되면 신기하게도 그날 하루는 기억에 꼭 남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날들이 쌓이다 보면 단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재밌는 영화처럼 우리의 삶은 특별함으로 가득해진다.
만약 오늘 하루를 돌이켜봤을 때 낯섦의 범주에 들어가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면, 아니 심지어 일주일 그리고 한 달을 돌이켜봐도 그런 일이 없었다면 당장 내일부터라도 낯설게 하기를 시작해보자. 우리의 삶도 얼마든지 흥행작처럼 눈 돌릴 틈 없이 흥미진진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