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권태기

1일1생각 #66

by 강센느

요즘 할 일이 많아지니 1일 1글쓰기가 자연스럽게 후순위로 밀렸다. 예전엔 무슨 일이 있어도 오후 7~8시쯤으로 발행 시간을 맞추는 편이었는데 최근엔 자정을 넘긴 시간에 글을 꾸역꾸역 써서 올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매일 이렇게 쫓기듯 글을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글쓰기 권태기가 찾아왔다.


글쓰기 권태기로 인해 여러 문제를 겪고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글을 다 써도 뿌듯함이 없다는 것이다. 매일 복붙으로 대충 써내던 초등학생 때의 일기장처럼, 내 혼이 담기지 않은 껍데기 문장들의 반복으로 완성된 글이니 어쩌면 이런 감정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권태기가 오기 전엔 글을 발행하고 나서 사람들의 반응을 기다리며 떨리고 설레는 감정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일에도 무감하다. 그저 오늘 하루도 글을 하나 썼다는 것에 한숨을 거둘 뿐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글쓰기를 계속해서 이어가는 것이 맞을까? 오늘 꽤 오랜 시간 이 물음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고 결론은 계속해서 글을 쓰기로 했다.




나는 예전에 비슷한 이유로 글쓰기를 쉰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일을 아직까지도 후회한다. 그때 나는 쉬면서 내 안에 더 많은 것들을 채우면 더 좋은 글을 더 많이 쓸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 뒤로 나는 글감을 찾기 위해 더 노력하기는커녕 3년 넘게 글쓰기를 아예 놔버렸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해 글쓰기 권태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부딪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마치 권태기를 극복하는 연인들처럼 말이다.


1일1생각(매일 글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는 글쓰기를 내려놨던 긴 기간 동안 쌓인 부채감을 털어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편린처럼 무의미하게 흩어지는 하루들을 더 이상 그대로 두지 않고, 글로 정리하여 의미 있게 만들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권태기가 왔다고 그 일을 멈추게 되면 나는 또 똑같은 이유로 글쓰기와의 연애를 실패한 사람이 되게 될 것이 뻔하다. 그래서 나는 계속해서 글쓰기를 이어가려고 한다. 조악한 껍데기에 불과한 글일지라도 매일 쓰고 매일 부딪힐 것이다. 그게 글쓰기 권태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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