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생각 #67
마케팅을 할 때 어떤 사람들을 공략할지 결정짓는 타게팅(Targeting)은 마케팅의 핵심 요소다. 마케터가 효율적인 광고 타게팅을 하기 위해서는 팔고자 하는 제품에 대한 이해만큼이나 소비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된다.
예를 들어, 신규 출시되는 고급 승용차를 대중에게 알려야 하는 마케터가 자동차의 토크, 출력이 얼마인지와 같은 기본 사양은 확실히 알고 있지만 메인 타겟인 3545 중산층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취향에 대한 이해도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그 마케터는 광고 매체 선택부터 페북, 인스타와 같이 3545 중산층의 비중이 비교적 낮은 소셜미디어만 집중 공략하는 실수를 저지를 것이다. 매체 선택부터 잘못됐으니 크리에이티브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러한 이유로 마케터들은 소비자들을 이해하기 위해 소비자 특징에 따라 그들을 그룹핑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경우가 잦은데, '밀레니얼 세대'나 'Z세대'와 같은 용어들로 연령대별로 소비자를 묶어서 그들의 특징을 열거하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나 역시 마케터이기 때문에 요즘의 소비자를 이해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인데, 그래도 20대일 때는 1020세대를 이해하는 일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지만 30대인 요즘엔 그들을 이해하는 일이 점점 버겁게 느껴진다.
베스트셀러인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에서 다뤘던 세대는 그나마 괜찮았다. 나 역시도 그들과 유사한 성향을 가진 세대이기에 딱히 이질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요즘 시장에 물밀듯 등장하고 있는 새로운 세대 '00년생'이다.
앱 네이티브인 90년생을 넘어서 인플루언서 네이티브가 된 그들은 인플루언서 생태계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가지고 있어서 "누구나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다"는 마인드로 콘텐츠 시장에 참여한다. 가령, 인스타 팔로워가 200명 남짓되는 계정인데 팔로워를 대상으로 스벅 기프티콘 이벤트를 진행하는 00년생이 있는가 하면 "협찬 문의는 DM"과 같은 문구를 남겨서 협찬을 유도하는 00년생도 있다.
예전 같았으면 "고작 200명 팔로워를 가진 주제에"라고 말하며 코웃음 칠 일이었겠지만 요즘엔 이런 일이 그들 사이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고 익숙한 것이어서 아무도 태클을 걸지 않는다. 그들은 '팔로워 수=매체 파워'라는 개념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자신의 영향력을 키워나가기 위해 마치 마케터들이 기업 계정을 키우는 것과 동일한 형태로 개인 계정을 성장시킨다.
나는 이런 행태들을 보면서 말 그대로 '격세지감'을 느꼈고 더 나아가 '위기감'을 느꼈다. 앞으로 10년생, 20년생도 올 텐데 내가 과연 그들을 오롯이 이해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며 Z세대와 관련된 뉴스 기사를 읽던 중에 Z세대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베플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꼰대들 특징 : 'ㅇㅇ세대'라고 이름 붙이고 싸잡아서 다 이해하는 척 함
아, 먹고살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