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 생각 #70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날인 5월 15일은 국민의 스승인 세종대왕의 탄신일이다. 그래서일까? '스승'이라는 말은 '선생'과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쓰이는데 선생이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까지 다 포괄하는 느낌이라면, 스승은 지식과 더불어 지혜까지 가르치는 사람을 칭하는 느낌이다.
누군가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스승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고민 없이 초등학교 6학년 때의 담임선생님이라고 얘기할 것이다. 학교에서 문제아로 낙인찍힌 탓에 늘 선생님들의 경계 대상 1호였던 나에게 그 스승님은 먼저 믿음을 주셨고, 그리하여 내가 나 스스로를 믿게 만들어주셨다.
참 잘했구나. 이건 더 해보면 어떻겠니?
빈말이었을지 모를 그런 스쳐가는 말들이 내 몸 어딘가에 정체되어있던 것들을 시원하게 뚫어주었고, 그 덕에 나는 점점 더 내 삶의 반경을 자신 있게 넓혀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덕에 백일장에서 글쓰기로 상도 받고, 학급 임원이라는 중책까지 맡는 천지개벽이 일어났다. 매번 성적표에 "주의가 산만하다"는 문제아 딱지가 붙던 내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돌이켜보면 스승님은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키팅 선생 같았다. 늘 지식보다 지혜를, 성적보다 성품을 강조하셨다. 단 한 번도 매를 들지 않으셨지만, 다들 스승님을 실망시켜드리지 않으려는 마음에 다른 반의 무서운 선생님들의 말보다 훨씬 말을 잘 들었다.
그리고 학생들이 스승님의 말을 잘 듣는 만큼 스승님도 학생들의 말을 잘 들어주셨다. 스승님은 호밀밭의 파수꾼과 데미안의 중간 즈음에서 적정한 선을 지키며 우리의 가능성을 일깨워주는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주셨다.
7년 뒤, 대학생이 되어 고향으로 내려가는 버스에서 우연히 스승님을 만난 적이 있다. 역시나 스승님은 나를 너무나 잘 기억하고 계셨고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셨다. 그리고 휴게소에서 온기가 가득한 먹을 것을 잔뜩 사 와서는 나의 품에 안겨주셨다. 참 추운 겨울이었는데, 그때 가슴에 품어졌던 온기가 아직도 선명하다.
매해 스승의 날이 되면, 나는 늘 "스승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내 삶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상상해본다. 그리고 결론은 항상 똑같다. "이러나저러나 지금만큼 내가 나 스스로를 믿지는 못했을 거라고" 스승님께서 내게 주신 가장 큰 가르침은 바로 '믿음'이었고, 그 믿음 덕분에 나는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었다.
늘 스승님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시로 글을 마무리한다.
그가 말했다.
벼랑 끝으로 오라.
그들이 대답했다.
우린 두렵습니다.
그가 다시 말했다.
벼랑 끝으로 오라.
그들이 왔다.
그는 그들을 밀어버렸다.
그리하여 그들은 날았다.
ㅡ 크리스토퍼 로그, <벼랑 끝으로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