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Peaches'라는 문구의 스티커가 차에 붙어있는 모습을 종종 보셨을 겁니다. 저도 한때 여기저기서 이 스티커가 붙은 차량이 보이기에 자동차 동호회인가 싶어서 찾아봤던 기억이 있는데요. 알고 봤더니 피치스는 자동차 문화를 바탕으로 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였습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표방하기 때문에 피치스는 뚜렷하게 한 분야에만 치중하기보다는 '자동차'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레이싱 게임과 콜라보를 하기도 하고 드라이빙 감성이 담긴 다용도 탈취제를 출시하는 등 활동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는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피치스는 아주 이색적이면서도 피치스다운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피치스 주유소를 부산에 열었다는 것인데요. 자동차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브랜드이니 주유소라는 공간을 열었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전기 자동차 시장의 확대로 인해 점차 너도나도 접고 있는 주유소 사업을 굳이 이 시점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이 조금 의아하기도 합니다.
이런 의아한 반응에 대해 피치스의 COO인 앤디 김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답했습니다. “자동차 문화 브랜드를 표방하는 피치스에게 주유소는 필연 사업입니다. 주유소는 자동차 애호가들이 차를 가지고 모이고, 서로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보다 직관적인 공간이죠. 피치스는 주유소 사업이 충분히 블루 오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는 흥미로운 사실은 피치스가 주유소를 단순히 기름만 채우는 공간이 아닌 자동차 마니아들이 정서적인 부분까지 충전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공간으로 재정의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400대 넘게 주차할 수 있는 넓은 주유소 공간을 보고 격주로 카밋(car-meet)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피치스 주유소에 많은 자동차들이 정기적으로 모이면서 발생하는 주유 매출과 입소문 마케팅 효과가 있다고 하니 피치스의 주유소에 대한 재정의가 어느 정도 맞는 모양새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하고자 하는 바가 확실한 브랜드는 시장이 정해놓은 스테레오타입을 용감하게 부숴버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활동들이 브랜드를 지지하는 팬덤들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죠. 특히 요즘 같은 초개인 시대에는 '2534 직장인'이나 'Gen Z 세대'와 같은 폭넓은 범주의 타겟팅으로 뭉툭한 메시지를 던지기보다는 피치스처럼 단 100명이라도 브랜드에 푹 빠질 수 있도록 예리한 메시지와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더 유효한 브랜딩 전략입니다.
그것이 커버하는 시장 범위가 좁아서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결국 그렇게 단 100명이라도 미치게 만들 수 있는 매력의 브랜드가 되면 점차 그 소식을 들은 비슷한 범주의 사람들이 브랜드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 결과 어설프게 대중을 사로잡으려고 했던 브랜드들보다 더 많은 팬을 소유하게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