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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강센느 Dec 22. 2016

사랑보다 더 아름다운 Fantasy

영화 <라라랜드>에 대한 몇 가지 단상

꽉 막힌 도로 위, 차에서 하나둘 내리며 화음을 얹어가는 사람들. 점점 고조되는 음악과 함께 관객은 자연스럽게 La La Land로 진입한다. 영화의 주 배경인 로스앤젤레스의 별명이자, 현실과 동떨어진 상태를 의미하는 말인 라라랜드. 이 세계에 관객을 자연스럽게 입장시키기 위해 감독이 얼마나 많은 고심을 했을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 바로 이 오프닝 시퀀스다.



오프닝 시퀀스는 분명 탁월한 연출이었지만 그 직후의 장면에서 나는 약간의 불안감을 가지게 됐다. 카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 소리를 듣는 세바스찬의 모습은 왠지 <비긴 어게인>의 댄을 연상시켰는데 그것이 마치 일종의 클리셰처럼 느껴졌고, 몇 년 새 줄지어 나온 음악 영화 히트작들의 클리셰를 모아 'Land'라는 판타지적인 네이밍으로 잘 포장한 그저 그런 음악 영화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은연중 했던 것이다. 하지만 얼마 안 가 그런 불안감은 금세 해소되었고 나는 어느새 라라랜드에 짙게 스며들었다. 



앞서 말했듯 라라랜드라는 말은 '현실과 동떨어진 상태'를 의미하는 말인데, 그 현실과 다른 상태가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이 영화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큰 핵심 포인트다. 대체 무엇이 다른 걸까?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열정에 끌리게 되어있어.
자신이 잊은 걸 상기시켜 주니까.


현실과 타협하고 열정을 잃어가는 세바스찬에게 미아는 이렇게 조언했는데 바로 이 말에 라라랜드의 세계관이 담겨있다. 라라랜드에선 열정이 가장 높은 가치를 가진다. 그리고 그 열정은 주인공들을 꿈의 세계로 인도한다. 더 나아가 꿈에 맞닿은 스크린 속의 주인공들은 스크린 너머에 앉아 있는, 해피엔딩의 러브스토리를 기대했던 현실주의자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인다. 마치 그 미소엔 이런 메시지가 함의된 것처럼 보인다. "아직도 눈치 못 챘어? 사실 이건 사랑이 아닌 열정과 꿈에 대한 노래야"


주변을 둘러보라, 사랑을 이룬 사람이 많은지 아니면 꿈을 이룬 사람이 더 많은지. 생각해보면 사랑보다 꿈을 이루는 것이 더 판타지다. 별은 사랑보다 꿈에 더 가깝다. 그래서 라라랜드는 City of stars(별들의 도시)로써 더욱 빛난다. 열정을 잃지 않고 꿈을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는 정말 끌린다. 미아의 말처럼. 



세바스찬이 재즈에 흥미가 없는 미아에게 재즈를 설명하는 플롯은 이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을 깨지 않으면서 음악적 성취를 한껏 높여준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다. 한 곡의 재즈를 '악기들의 밀당이 이뤄지는 예술의 장'으로 해체하고 그것을 가시화하는 작업을 통해 감독의 전작인 <위플래시>에서 경험했던 감동을 관객은 다시금 느낄 수 있다.

무언가를 완벽히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해체해보는 것이다. 열정이 없는 사람은 늘 완성된 것만 찾는다. 완성된 것을 소비하는 게 가장 편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열정이 있는 사람은 완성된 것의 이면을 본다. 해체된 이면은 생성을 완벽히 이해하게 하고 또 다른 생성을 꿈꾸게 하는 동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봤을 때 이 장면은 세바스찬의 재즈에 대한 열정을 가장 잘 표현해낸 대목이다. 그리고 그 열정에 끌린 미아 역시 완성된 대본이 아닌 자신이 만든 1인극을 무대에 올리겠다는 꿈을 가지게 된다.



<위플래시>는 음악을 가시화하는데 연출력을 쏟아부었지만 <라라랜드>는 그보다 음악을 그렸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세바스찬이 재즈에 대해서 설명하는 플롯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음악이 나올 때 화려한 미장센을 통해 관객이 음악을 더 환상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대개 영화에서 음악은 'Background' Music이 되지만 이 영화에서는 영상이 Background의 역할을 해줌으로써 음악은 오롯이 Music이 된다.



사실 모든 해석과 이해를 차치하고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느끼는 기분으로 감상했다는 점 때문이었다. 영상, 음악, 캐릭터, 스토리 등 각각의 요소들이 따로 던져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촉매제가 되어 내 감정에 이따금 작용하는 느낌이랄까? 그런 작용들이 쌓이고 쌓여 영화의 크레딧에 이르렀을 때 나는 마치 판타지 세계에서 막 현실 세계로 돌아온 여느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나른한 황홀감에 휩싸였다. 그리고 그 낯선 감정의 경험이 아직도 <라라랜드>의 여운을 길게 끌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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