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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강센느 Jul 26. 2017

아주 티끌같은 디테일에 관하여

소비자를 감동시키는 가장 쉽고도 어려운 방법

최근에 페이스북에서 화제가 됐던 "스시 장인 야수다의 스시 먹는 법"이라는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됐다. 6분을 조금 넘기는 이 영상은 제목 그대로 스시 장인이 손님을 상대로 스시를 만들어주면서 어떻게 먹어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내용이었다.


스시 장인 야수다의 스시 먹는 법 (유튜브 : https://youtu.be/r5EIg1FJQKc)


"맨손으로 집어먹어라", "생강과 함께 먹어라" 등 사소하다고 여겨지는 모든 것들을 지적하며 스시 먹는 방법을 알려주는 장인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치밀하고 집요해 보인다. 그리고 실제로 영상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그냥 맛있게 먹으면 그만 아닌가?"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반발심과는 반대로 '굳이'라는 생각으로 놓쳐왔던 아주 사소한 디테일들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정말 이런 디테일이 사소하게 여겨질 만한 것들일까?


영상을 시청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의 저녁, 정창욱 셰프가 새로 오픈했다는 음식점을 방문했다. 그의 덩치(?)와는 걸맞지 않게 다소 아담하고 정갈하게 구성된 식당의 바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식당 인테리어만큼이나 단출한 메뉴판이 보였다. 탄탄멘 하나로 구성된 기본 메뉴와 거기에 곁들일 수 있는 토핑 메뉴가 전부. 맛집일수록 메뉴 가짓수가 적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건 자신감이 너무 과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던 찰나, 나와 함께 왔던 지인도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정창욱 셰프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앞으로도 계속 메뉴로 탄탄멘만 내놓으실 건가요?"


남산 아래 위치한 정창욱 셰프의 <금산제면소>, 식사하는 손님과 마주 보며 요리하는 독특한 구조의 인테리어가 인상적


"네, 메뉴가 많아지면 힘들어요~" 너스레를 떨며 대답했지만 그 안엔 그의 어떤 확고한 자신감과 의지가 담겨있는 듯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가 주문한 탄탄멘이 나왔고 '얼마나 대단한 맛이길래 저렇게 자신감이 넘칠까'라는 기대감과 함께 우리는 식사를 시작했다. 맛은 기대 이상이었으나 사실 기억에 남을 만큼 특별하고 강렬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런데 정말 '특별한 경험'은 탄탄멘을 3분의 1 정도 먹었을 때부터 시작됐다. 


"흑식초를 넣어드시면 색다른 맛이 납니다."

"함께 주문한 온천달걀은 면을 조금 더 드신 다음에 비벼 드세요." 

  

정창욱 셰프는 탄탄멘을 더 맛있게 먹는 방법에 대해서 디테일하게 팁을 줬고 그의 말대로 조미료와 추가 재료를 넣어 먹었더니 탄탄멘을 정말 다양한 맛으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경험을 통해서 나는 다소 무모하다고 여겨졌던 탄탄멘 하나로 구성된 메뉴판이 납득되었다. 더불어 그날 먹은 탄탄멘은 잊지 못할 특별한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스시 장인이 알려줬던 생강을 함께 먹는 타이밍, 정창욱 셰프가 알려줬던 흑식초를 넣는 타이밍


냉면집에 무심하게 놓여진 식초처럼 사소하게 넘어갈 수 있는 요소들에 첨언이 붙는 순간 그 요리에는 새로운 생명력과 특별한 경험이 깃든다. 그것이 바로 디테일의 힘이다. 음식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소비하는 기준이 상향평준화된 요즘,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큼직큼직한 것들에 대한 개선이 아니라 '굳이' 티끌 같은 디테일을 잡아낼 수 있는 사소한 관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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