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숫자를 달리 보면 인생이 바뀐다

by 강센느

1597년 9월 16일, 명량(울돌목)에 왜적선 330척이 쳐들어왔습니다. 이를 막지 못하면 뚫린 수로를 통해 왜군이 쉬이 북진할 수 있는 상황, 조선 수군은 그러나 12척의 배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누가 봐도 계란으로 바위 치기인 상황, 이순신 장군은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고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사옵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면서 12:330의 세계사에 유례없는 해전을 벌였습니다.



"적의 선두를 부수면서, 물살이 바뀌기를 기다려라. 지휘체계가 무너지면 적은 삼백 척이 아니라, 다만 삼백 개의 한 척일 뿐이다."

<칼의 노래>, 김훈 저 中 이순신 장군의 말


누구나 패배를 예상했지만 결과는 압도적인 승리였습니다. 조선 수군은 전사자 2명, 부상자 2명 외에 그 어떤 손해도 입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왜군은 막대한 손해를 입었고 이는 세계사에 유례없는 '반전'의 해전이었습니다.


12척이라는 숫자에 '아직'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 자신감이 이순신 장군을 전장의 가운데에 서게 했고 삼백 척의 적선을 한 척으로 묶어볼 수 있는 이순신 장군의 전술이 조선 수군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image.JPEG?type=w966


그로부터 몇 백 년이 지나 일본에서는 지진 해일로 원전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피해는 엄청났으며 연일 뉴스에서는 사상자 수가 몇 명인지 피해액이 얼마인지를 보도하기 바빴습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 남자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2만 명이 죽은 하나의 사건으로 기억한다면 우리는 피해자의 고통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는 것이다. 한 사람이 죽은 2만 개의 사건으로 기억해야 한다."

일본 영화배우 기타노 다케시


사람들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고 유가족에게 이보다 위안이 되고 따뜻한 말은 없었습니다. 기타노 다케시의 진정성은 이처럼 숫자를 달리 보는 것에서 나타났습니다.


숫자는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그것은 생각하기에 따라 한없이 커지고 한없이 작아집니다. 오늘, 당신의 숫자는 어떤가요?



오늘의 인문학 짝짓기

<칼의 노래>, 김훈 저

배우 기타노 다케시의 인터뷰


keyword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