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케터 강센느 Nov 21. 2018

퀸에게서 브랜딩을 배우다

브랜드 마케터의 ‘보헤미안 랩소디’ 리뷰

QUEEN, 너무나 유명해서 관심이 없었음에도 한 번쯤은 들어봤던 밴드. 나는 락알못이기도 하고 평소,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누군가가 큐레이션 해준 음악을 제목도 모르고 듣는 편이기 때문에 퀸이라는 밴드명 외에는 사실 그들의 모든 것이 생소했다.


그럼에도 내가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주변에서 워낙 극찬을 하는 사람이 많았기에,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수가 점차 늘어갔기에, 얼마나 대단한 영화이기에 그럴까 싶은 호기심이 가장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이 영화는 퀸이라는 밴드, 더 정확히는 퀸의 보컬인 프레디 머큐리의 생애를 매우 높은 싱크로율로 다뤘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의가 있겠지만 나는 그것과는 별개로 퀸이라는 밴드가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브랜딩 관점에서 너무나 뚜렷하게 잘 드러났던 것이 가장 인상 깊었다.


사실 브랜드 마케터라는 나의 직업적 특성이 반영된 부분이긴 하겠지만 어찌 됐든 나는 그 부분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기 때문에 이를 중점적으로 리뷰를 써보려고 한다.





1. 우리는 왜 탄생했고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모든 브랜드는 탄생의 이유가 있다. 시장의 비합리적인 부분을 개선하기 위함이라든지, 사람들이 미처 자각하지 못한 불편함을 수면 위로 올리고 해결해주는 솔루션이라든지. 다양한 이유와 함께 브랜드는 탄생하고 소비된다. 그리고 그런 탄생의 이유가 곧 브랜드의 미션이 된다.



우린 부적응자들을 위해 연주하는 부적응자들이에요.



그들을 캐스팅하러 온 매니저가 "퀸이 다른 록스타 지망생들과 다른 점은 무엇이냐?"라고 물은 질문에 프레디 머큐리가 고민 없이 내린 답변이다. 그리고 그 답변을 들은 매니저는 고민 없이 계약을 진행한다.


요즘이야 브랜드의 중요성을 여기저기서 얘기하다 보니 일반 기업이 아닌 개인도 퍼스널 브랜딩을 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런 정보가 전무했던 시절에 이런 멋진 미션을 가지고 탄생한 밴드라니. 과연 누가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고 배길 수 있었을까?





2. 우리가 지금 하는 일이 과연 우리 다운 일인가?


퀸은 앨범을 낼 때마다 갖은 이유로 멤버들 간에 의견 대립이 발생한다. 그런데 그것이 내부의 문제든, 외부의 문제든 항상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 그들이 던지는 질문은 이렇다.



이게 과연 퀸스러운 걸까?



앞서 말했듯이 모든 브랜드는 대개 그들만의 미션과 함께 존재의 이유를 가지고 탄생한다. 하지만 사업이 확장됨에 있어서 다양한 유혹에 빠지게 된다. "이번만 좀 다르게 해도 괜찮지 않을까?", "이 정도는 해야지 이슈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런 유혹들에 하나둘 타협하다 보면 고유의 색깔은 필연적으로 점점 옅어지게 된다.


하지만 퀸은 매번 그런 유혹이 있음에도 끊임없이 본질을 잃지 않았고, 그런 노력이 그들이 내놓은 모든 음반을 관통했다. 특히 음반사의 요구를 무시하고(성공할 수 있는 방정식을 무시하고) 가장 퀸 다운, 실험적인 노래인 <보헤미안 랩소디>를 발표한 뚝심은 그들이 어떤 밴드인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물론 퍼포먼스적 관점에서 본다면 분명 이 앨범은 실패한 마케팅이었겠지만 거시적으로 봤을 때 이 앨범은 성패를 떠나서 퀸이라는 브랜드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을 것이다. 대개 브랜드 마케팅에 KPI를 두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런 측면 때문일 것이다.


일례로 하워드 슐츠가 하향세에 빠진 스타벅스로 다시 복귀해서 전국의 스타벅스를 클로즈하고(무려 70억 매출을 포기한 것) 바리스타들을 교육시키면서 개혁을 감행했던 것도 단순히 매출만 놓고 본다면 엄청난 손해였지만(경영진과 이사회, 주주들이 모두 반대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스타벅스가 오늘날의 스타벅스가 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사건이었음은 모두가 공감하는 바이다. 만약 스타벅스가 당시에 오늘 내일의 매출에만 모든 것을 걸었다면, 과연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3. 혼자서 만드는 브랜드는 없다.


밴드를 해체하고 솔로로 활동하기로 결정했던 프레디 머큐리는 오랜 방황 끝에 재결합을 결심한다. 당연히 멤버들은 그가 달갑지 않은 상황, 그런 그들을 앞에 두고 프레디 머큐리는 이렇게 얘기한다.



내가 고용한 사람들은 정말 내가 시키는 대로만 했어.
로저 너처럼 잘못된 걸 말해주지도 않았지. 난 너희들이 필요해.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혼자서 만드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혼자서 하는 일은 결국 나만의 세계에 '갇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기 부정을 잘하는 사람도 결국엔 자신의 안에서 탄생한 것에 대해서는 관대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남의 이야기가 중요하고, 더 중요한 것은 함께 시작했던 사람들 즉, 나와 함께 브랜드를 만들었던 혹은 나만큼 브랜드에 로열티가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것이다.


프레디 머큐리가 뒤늦게라도 그 중요성을 깨닫고 자존심을 굽혔기 때문에 퀸은 퀸으로서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반면에 이런 중요성을 깨닫지 못해서 곤욕을 치른 사례도 있다. 한때 무서운 기세를 펼치며 페이스북의 대항마로 떠올랐던 스냅챗이 최근에 하향세에 빠져든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그 예인데, 그들이 곤경에 빠진 이유는 다름 아닌 CEO 에반 스피겔의 불통 경영 때문이다.


그는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독단적으로 내리는 것으로 유명하며 회사의 주요 정보를 직원들과 공유하지 않는다. 특히 자신의 의견에 대해서 혹여나 비판하는 사람이 있을 땐 매우 적대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일례로 앱 디자인을 전면 개편하기로 결정한 그에게 각종 데이터를 들이밀며 경영진들이 반대했지만 그는 개편을 밀어붙였고 그 결과, 수많은 이용자가 이탈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에반 스피겔이 이 영화를 보고 프레디 머큐리의 자세를 배운다면 스냅챗이 위기를 벗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4. 소비자 참여는 브랜드 로열티와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


전국노래자랑과 무한도전의 공통점은 오프닝에서 절대 MC가 혼자 타이틀을 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송해 선생님이 "전국"을 외치면 관객이 "노래자랑"을 외치고 유재석이 "무한"을 외치면 시청자 혹은 다른 출연자들이 "도전"을 외친다. 이는 소비자가 참여할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며 프로그램의 속성이 드러나는 대표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두 프로그램은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유난히 시청자 혹은 관객의 참여가 많은 프로그램인데 그렇기 때문에 늘 사람들의 애정도가 높았고, 시청자의 콘텐츠가 더해졌기 때문에 오랜 기간 지속됐다. (물론 무한도전은 종영했지만) 그리고 이런 성공의 공식은 과거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참여하는 일에 더 애정을 갖기 마련이고 그런 참여의 기회를 만들어준 사람 혹은 브랜드와 더 긴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퀸은 정말 영민한 밴드였다. 그들의 노래에는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빈틈(We will rock you의 반주가 발소리&박수로 채워지는 것과 같은)이 있었고 그래서 그들의 공연은 퀸 만의 무대가 아닌 관객 모두를 위한 무대가 될 수 있었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서 브랜딩을 다시금 배웠지만, 사실 그것만큼 가치 있었던 것은 퀸의 노래를 비로소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됐다는 점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들의 음악이 나올 때면 "와 이것도 퀸 노래였어?"라는 생각을 했는데 대부분이 광고, 예능 등 TV에서 스쳐듣던 것들이었다. 그렇다. 나에게 퀸의 음악은 원래 '스쳐'듣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의 음악을 찾아 듣고, 또 들으면서 다양한 것들을 생각한다. 이 노래가 어떤 배경에서, 어떤 스토리와 함께 탄생한 것인지 알기 때문에 이제 나는 퀸의 음악을 단순히 듣는 것 이상으로 읽고, 느끼고, 볼 수 있다.


특히, 그들의 레전드 공연으로 꼽히는 <LIVE AID>를 완벽한 싱크로율로 재현한 엔딩 신은 아직도 이따금 떠오를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래서 리뷰의 마지막을 실제 공연 영상의 링크를 공유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Queen - Live at LIVE AID 1985/07/13 [Best Version]

https://youtu.be/A22oy8dFjqc

작가의 이전글 오늘 저녁, 담백한 영화 한끼 어떠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