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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강센느 Mar 08. 2018

오늘 저녁, 담백한 영화 한끼 어떠세요?

영화 <카모메 식당>을 보고 의식의 흐름대로 쓴 감상문

미루고 미뤘던 <카모메 식당>을 드디어! 보게 됐다.


우선 한줄평을 하자면 미사여구가 붙지 않은 담백한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핀란드인의 여유가 부러워서, 혹은 눈 감고 세계지도를 찍은 곳이 핀란드여서.. 가지각색의 이유를 가지고 핀란드를 찾은 일본인들. 조미료로 표현하고 싶어도 특별한 색이 없어서 특정하기 힘든 인물들의 중첩, 하지만 그 어우러짐이 와사비의 알싸함만큼 특별하게 느껴지는, 그런 영화.



왜 주먹밥을 고수하냐는 질문에 주먹밥이 일본인의 소울푸드이기 때문이라고 담담하게 얘기하는 사장. 요즘 흔히들 얘기하는 브랜딩, 마케팅의 중요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듯 손님이 없어도 별다른 시도를 하지 않는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지면서도 어느새 익숙하게 다가온다. 어쩌면 그런 모습이 바로 카모메 식당의 브랜드가 아닐런지...



타겟 정하고, 컨셉 잡고, 디테일 챙기고. 일이든 나 자신에 대한 평판이든.. 신경 쓸게 한둘이 아닌 요즘 시대에 뜬구름같은 그들의 모습에 헛헛한 웃음이 새어나오더니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쯤엔 입가에 옅은 미소를 가득 품은 나를 발견하게 된, 아주 오랜만에 발견한 담백한 영화.


무엇이든 없어서 매력적인, 포토샵의 툴에 빗대자면 브러쉬도 펜도 아닌 '지우개'에 가까운 영화. 다양한 생각들로 레이어가 중첩되어 있었는데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시원하게 그 경계선을 슥슥 지워준 그런 영화였다.



핀란드인이 왜 여유로워 보이는지 궁금해했던 그들. 영화가 끝날즈음엔 핀란드인보다 더 여유로워보이는 그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엔돌핀이 돌았다. 행복이 달리 있을까. 이런 영화 한편 보고 잠을 청할 여유가 있는 오늘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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