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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강센느 Dec 28. 2017

퇴사하고 깨달은 '휴식'의 정의

가장 행복한 휴식을 즐기는 방법

최근에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라는 용어가 자주 보인다. 일과 삶의 조화로운 균형을 의미하는 용어인데 이는 사람들이 그만큼 '잘 쉬는 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일을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해지기 위해 혹은 잘 살기 위함인데 대한민국의 많은 직장인들이 업무의 과중으로 이런 부분을 놓치고 있어서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워라밸 열풍이 불게 된 것 같다.


나 역시도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이전의 삶을 많이 잃었다는 느낌을 종종 받았었다. 회사에 다니기 전에는 하루 24시간을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며 사용할 수 있었는데 직장인이 되어보니 대부분의 시간을 남에게 집중하게 되어 점점 나를 잃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예전엔 책도 자주 읽고, 글도 자주 썼는데 이제는..."과 같이 푸념을 자주 늘어놓게 됐다. 그리고 그 모든 적의의 표적은 회사가 되었고 그 결과, 퇴사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물론 그런 마음이 들자마자 퇴사를 결심했던 것은 아니지만 "회사 때문에~"라는 말이 접두사처럼 모든 생각에 습관처럼 붙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퇴사를 결심하게 된 날(회사가 싫어서라기보단 개인적인 사정으로 퇴사를 하게 됐다), 나는 행복감에 젖어 위시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남들 일하는 시간에 카페 & 미술관 가기와 같이 다소 소박하고 일상적인 것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바로 그런 것들이 직장인으로서 제일 해보고 싶었던, 부러웠던 일들이었다. 그리고 퇴사 후 나는 그 위시리스트를 하나씩 실행에 옮겼고 생각보다 빠른 시일 내에 그 모든 리스트를 체크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염원했던 것들을 이뤘다는 점에서 그 시간은 분명 소중하고 가치 있는 순간들이었다. 하지만 그 끝에 내가 깨달은 가장 중요한 사실은 "가장 행복한 휴식을 즐기는 방법은 일을 하는 것"이라는 아이러니한 결론이었다.





'자유'는 사실 냉엄하다. 그것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둔다.'라는 의미가 아니다. 단순한 방종과 자유는 결정적으로 다른 위치에 존재한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도, 자유는 의무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칸트는 우선,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고, 이성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동물은 본능에 지배를 당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눈앞에 바나나가 있으면 무조건 먹으려고 한다. '먹지 않는다.'라는 선택의 여지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즉,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인간은 이성을 갖추면서 본능으로부터 자유로워졌기 때문에 바나나가 눈앞에 있어도 '먹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바나나를 정물화의 모티프로 삼기도 한다. 선택의 여지가 발생하는 것이다.  ― 마스타 무네아키, 『지적자본론』中


츠타야 서점의 CEO 마스타 무네아키는 자신의 저서에서 자유의 의미를 위와 같이 설명했다. 요지는 선택의 여지가 발생했을 때 진정한 자유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인데 나는 휴식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인일 때 휴식은 선택의 문제였지만 백수가 되고 보니 휴식은 선택을 넘어서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낮에 카페를 가는 것이 로망이었던 이유는 원래 그 시간에 회사에 있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었는데 백수가 되고 보니 그런 이성적 개입이 전무하게 되어 행복감이 현저히 낮아졌다. 당연히 그 외의 모든 위시리스트를 실천함에 있어서 동일한 감정적 경험이 반복됐고 나는 얼마 안 가 휴식에 대한 권태와 무기력증을 느끼게 됐다.




그토록 꿈꾸던 '본능에 따라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자 나는 역설적으로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가 돼버린 것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변화를 경험하게 됐다.


① 월화수목금토일 모두 일요일이 되자 일주일 중 설레는 날이 단 하루도 없게 되었다.

② 여행이 끝나도 아쉬움이 없었다. 왜냐하면 내일도 모레도 쉴 거니까.

③ 책 한 권을 읽는데 걸리는 시간이 출퇴근 할 때 틈틈이 보던 것보다 더 오래 걸렸다. (제한된 시간이 없으니 집중력이 떨어졌다. 독서뿐만 아니라 다른 활동도 마찬가지)

④ 무엇이든지 미루는 일이 잦아졌다. 넘치는 게 시간이니까

⑤ 일하면서 느꼈던 피곤함보다 무기력증으로 느끼는 피곤함이 더 컸다.


대부분 눈치챘겠지만 ①~⑤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일하는 것'이었다. 어두움이 있어야 밝음이 존재할 수 있는 명암(明暗)의 개념처럼 휴식은 결국 일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는 개념인 것이다. 하고 싶은 대로 놔두는 것이 자유가 아니듯 쉬고 싶은 대로 쉬는 것이 휴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백수생활을 하면서 점차 체득하게 됐다.





휴식의 사전적 의미를 짚어보자면, [하던 일을 멈추고 잠깐 쉼.]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즉, 휴식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일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출근의 압박감이 없는, 기한 없는 휴식을 꿈꾸지만 그 기한이 없어지는 순간 휴식은 성립되지 않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 그래서 가장 행복한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한다.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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