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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강센느 Feb 28. 2020

1. 취향이 확실한 사람은 '좋은 검색 서비스' 같다

일일일생각 | 취향에 관한 단상

one day

200228

one think

취향에 관한 단상

vol. 1




맛집 탐방을 즐기는 친구가 있어서 먹거리가 고민일 때는 그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는 편이다. 그날은 귀한 손님을 초대할 일이 있어 조금은 격식이 있고 조용하면서 소화하기에 부담이 되지 않는 음식을 파는, 그리고 손님이 도착하는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 있는 식당을 추천받고 싶었는데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니 돌아오는 질문이 기가 막혔다.


"선호 지역은? 인원수는? 분위기는? 어떤 관계야?"


마치 레스토랑 검색 앱에서 제공되는 필터가 떠오를 정도로 체계화된 질문에 답을 하다 보니 어느새 몇 개의 추천 리스트가 내 손에 쥐어져 있었다. 돌이켜보니 그 친구는 항상 이런 프로세스로 추천을 해줬었는데 그날따라 이런 흐름이 되게 낯설게 느껴졌달까. 아무튼 친구의 도움 덕분에 나의 고민은 말끔히 씻겼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지인이 나에게 호캉스 할만한 호텔을 추천해달라기에 나는 별 고민 없이 그에게 이렇게 되물었다. (주변에서 호캉스 마니아로 꽤나 유명한 편)


"자차로 가시나요? 누구랑 가세요? 휴식이 목적인 가요 아니면 부대시설 이용도 하실 건가요?"


순간 며칠 전 친구에게 맛집 추천을 받던 날이 오버랩됐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호텔을 추천해줄 때는 비슷한 프로세스로 안내를 하고 있었다. 이쯤 되니 이게 취향이 있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하나의 특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취향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을 의미한다. 그래서 보통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혹은 나에게 맞는 게 뭔지를 확실히 아는 사람들을 두고 '취향이 확실한 사람'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처음부터 그렇게 확고한 취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개 그들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되는데 그 과정은 아래와 같이 진행된다. (본인이 호캉스를 하면서 겪었던 과정)


1) 호캉스를 처음 해봤는데 생각보다 돈이 아깝지 않고 가치 있는 시간을 보냈다. (새로운 취향 발견)


2) 다른 호텔에 호캉스를 왔는데 이전보다 감흥이 없었다. 아마도 예전엔 처음이라서 좋았던 것 같다. (시행착오 : 호캉스라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는 사실 자각)


3) 한동안 호캉스를 안 하다가 기회가 생겨서 또 하게 됐는데 조식을 처음으로 먹었는데 좋았다. (취향 고도화 : '조식' 필터 생성)


4) 조식이 포함된 상품으로 예약을 하고 갔는데, 피트니스 이용이 무료라서 운동도 하니 더 좋았다. (취향 고도화 : '피트니스' 필터 생성)


5) 조식, 피트니스가 다 포함된 호텔에 방문했는데 오래된 호텔이어서 그런지 방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았다. (시행착오 : '호텔 연식에 따른 룸 컨디션' 필터 생성)


6) 부대시설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이그제큐티브 룸을 특가로 예약했는데 역대급 호캉스를 보냈다. (취향 고도화 : '객실 등급' 필터 생성)


7) 그 뒤로 기회가 되면 이그제큐티브 룸으로만 호캉스를 즐겼다. (취향 고착화)


8) 호텔을 고를 때 확실한 기준이 생겼다. (취향 완성 : 호텔 선택 시 필터링 기준 완성)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내가 취향을 가지고 있는 활동들(꽃꽂이, 캠핑, 호캉스, 영화, 와인)을 할 때 모두 위와 같은 프로세스를 거쳐서 지금의 확고한 취향이 형성됐음을 깨닫게 됐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관련된 내용을 추천해줄 때 내가 묻는 필터 값들이 사실은 내가 경험했던 시행착오들이 묶여있는 일종의 카테고리임을 알 수 있었다. (각 필터마다 내가 실패했던, 혹은 좋았던 경험들이 마치 검색 결괏값처럼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열됐다)


그래서 정리하자면, 취향을 만들어가는 것은 ‘필터링 기능을  디테일하게 가공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취향이 확실한 사람은 필터링 기능이 좋은 검색 서비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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