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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강센느 Mar 19. 2020

21. 오프라인 3.0 시대

일일일생각 | 코로나 19 이후의 시장 변화에 대해

one day

200319

one think

'오프라인'에 대한 단상




코로나 19로 인해 전 세계 경제가 얼어붙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오프라인 시장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사실, 코로나 사태가 있기 한참 전에도 오프라인 위기론에 대한 주장은 계속해서 있어 왔다. 다만 온라인이 오프라인 시장을 잠식해가는 속도가 일반 대중이 체감할 정도로 급진적이진 않았기 때문에 그것이 진짜 위기처럼 느껴지지 않았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이미 많은 부분에서 오프라인은 온라인에게 시장 파이를 뺏겼다. 대응할만한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아니었지만 시공간을 초월하는 온라인의 '접근성'이라는 강점 때문에 오프라인 시장은 속수무책으로 소비자를 잃었다.


거대한 태풍이 지나가면 생태계에 변화가 오듯, 코로나 19 사태가 진전되면 그 이후에 온라인, 오프라인 시장 사이의 기울기가 이전과는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오프라인 3.0 시대가 시작될지도.


- 오프라인 1.0 시대 : 오프라인이 전부인 시대였다. 쉽게 말해 온라인이 등장하기 이전의 시대로 이 때는 물리적인 접근성이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에 가장 큰 영향을 줬다. 즉, 주요 상권에 위치하여 사람들에게 많이 노출되고 많이 접촉할 수 있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었던 것이다.

- 오프라인 2.0 시대 : 온라인이 등장한 시대. 온라인은 소비자가 상품 정보에 접근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고, 무엇보다 유통 마진을 줄일 수 있어 가격까지 저렴해진다는 장점이 있어서 매장 임대료 및 기타 부대비용이 발생하는 오프라인이 도저히 이길 방법이 없는 싸움이 됐다. 이때부터 오프라인 위기론은 자주 대두되었고, 살아 남기 위한 오프라인의 고군분투가 시작됐지만 결국 온라인이 시장을 잠식해갔다. 


그런데 이 시기에 오프라인이 마냥 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좋지 않은 상권에 위치한 가게도 이 시기에는 온라인 광고를 통해서 접근성의 한계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 가령, 을지로의 으슥한 골목 2층에 있는 한 카페는 인스타(온라인)에서 유명세를 타더니 사람들이 줄을 서는 기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는 물리적 접근성이 중요했던 오프라인 1.0 시대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이처럼 2.0 시대에는 온라인이 외면받았던 오프라인 공간을 되살리는 순기능을 하기도 했으며, 무엇보다도 커머스 분야에서만 오프라인 위기론이 대두될 뿐, 그 외 분야에서는 여전히 오프라인이 강세인 경향을 보였다.   


- 오프라인 3.0 시대 : 코로나 19로 인해 오프라인 시장이 얼어붙었고 이에 대한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것은 역시나 온라인 시장이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분야는 커머스, 교육(대학교 온라인 강의), 업무(재택근무를 돕는 온라인 협업 툴)인데 이 3개 분야 모두 소비자의 삶에 있어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코로나 이후에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시장의 대규모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사실 교육, 업무와 관련하여 오프라인을 대체할 정도의 퀄리티 있는 서비스가 시장에 이미 많이 존재했지만 오랜 세월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다져진 관습의 관성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쉽게 고치기 어려운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 19로 인해서 생각보다 이른 시점에 관성을 깨고 급진적으로 이 모든 것을 테스트할 기회가 생겼고, 처음엔 다들 우왕좌왕했지만 이제는 꽤나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분위기다.


커머스 분야가 그랬듯이 교육, 업무 분야도 오프라인은 온라인보다 많은 비용이 든다. 특히 회사가 밀집되어 있는 강남지역의 사무실 임대료를 생각한다면 재택근무가 가능한 상황에서 굳이 오프라인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진다. 차라리 평소에는 재택근무를 하다가 위클리나 먼슬리로 카페나 대여 미팅룸에 모여서 미팅을 하는 형태로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훨씬 비용 효율이 높다. (넓은 땅에 여러 건물을 지어야 하는 대학교도 마찬가지) 아니면 꼭 오프라인에 모여서 근무를 해야 하는 인원만 모일 수 있도록 최소한의 공간을 임대하고 나머지 인원은 재택을 하거나.


이처럼 오프라인 3.0 시대가 도래한다면 오프라인은 온라인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오프라인 유휴 공간들을 어떻게 손해 없이 잘 셰어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주를 이룰 것이다. 즉, 많은 공간들이 1년, 2년의 긴 호흡으로 계약이 진행되기보다 짧게는 1시간, 길게는 한 달과 같이 더 짧은 호흡으로 렌탈되는 형태로 운영되고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게끔 유연성 있게 공간이 구성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 대형마트의 주차장 유휴 공간을 중고차 판매 슬롯으로 사용하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예전에 텔레비전이 처음 생겼을 때 혹자는 여행산업이 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TV로 여행지의 모습을 보게 되면 굳이 갈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오히려 사람들은 TV를 보면서 여행지에 대한 환상을 더 키우게 됐고, 실제로 여행산업은 더욱 활성화됐다고 한다. 이처럼 오프라인에서 느낄 수 있는 물성의 매력은 강력하기 때문에 분명 오프라인은 오프라인만의 영역을 계속해서 구축해나갈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영역을 구축해가기 위해서는 분명 이 시점에서 오프라인이 가져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꼭 필요할 것이다. 이제 단순히 '공간'으로서만 존재하는 오프라인은 아무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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