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케터 강센느 Mar 20. 2020

22. 거실의 소파가 문득 궁금해졌다.

일일일생각 | 소파에 대한 단상

one day

200320

one think

'소파'에 대한 단상




집에서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어디일까? 나는 쉽지 않게 소파를 떠올렸다. 그러자 돌연, 소파의 존재가 참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파는 의자이면서 침대이고 가끔 등받이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1인을 위한 가구이면서 3인을 위한 가구가 되기도 한다. 혹은 그 이상의 인원까지 소화하기도 하고. 또 소파에 앉은 사람들은 TV를 보며 입을 꾹 닫기도 하고, 때로는 소파에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뭐라 특정할 수 없는 독특한 존재의 소파는 이미 전 세계 여러 집구석구석에 침투하여 사람들의 일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그러나 다들 이 특별함을 무심하게 받아들이며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사용한다.


소파가 일반적으로 거실에 놓이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소파의 '특정할 수 없는 특징'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거실이라는 공간 역시 모호함이 가득하기에 그곳의 속성과 딱 들어맞는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소파가 없는 거실을 떠올려봤더니 마음이 허해졌다. 집에 도착했음을 체감하는 순간이 언제였나 돌이켜보니 현관문을 여는 순간이 아니라 짐을 내려놓고 소파에 앉는 그 순간이었다. 밖과 집의 경계를 현관문이 아닌 소파에 뒀던 것이다. 


이쯤 생각하니 소파의 존재가 고마워졌다. 집에서 나에게 가장 많은 위안을 주는 것은 다름 아닌 소파였던 것이다. 앉거나 눕거나 조용하거나 시끄럽거나 언제나 포근히 감싸주는 존재. 피곤하지만 완전히 깊은 잠에 들기는 아쉬울 때, 말하기는 귀찮지만 언제든지 가족과 소통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드러내고 싶을 때, 앉고 싶지만 의자 위에 앉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고 싶을 때. 이렇게 변덕스러운 상황을 쉬이 받아주는 건 소파밖에 없으니 말이다. 지금도 나는 고마운 소파 위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21. 오프라인 3.0 시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