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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강센느 Mar 21. 2020

23. 결과론적 실수의 오류

일일일생각 | 인류가 저지른 최악의 실수는 정말로 실수일까?

오늘 재미있는 글을 봤다. <인류가 저지른 최악의 실수>라는 주제의 글이었는데 그 내용의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yna.co.kr/view/AKR20150421150400009


글의 요지는 제목 그대로 역사적으로 당사자가 땅을 치고 후회했을만한 실수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개중에는 정말로 '실수'를 해서 엄청난 손해를 본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결과론적 실수'의 사례였다. 나는 전자가 실수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후자는 실수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본문에서 소개한 후자의 사례는 아래와 같다.


1)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1999년에 익사이트의 창업자에게 찾아가서 약 75만 달러(약 8억 원)에 구글을 판매하려고 했으나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현재 구글의 가치는 470조 원이다.


> 구글이 만약 익사이트에 매각되었다면 현재의 구글이 될 수 있었을까? 구글은 검색사이트 외에도 유튜브와 같은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성공적으로 확장하면서 현재의 규모를 만들어낸 기업이다. 분명 익사이트에 매각되었다면 현재와는 다른 양상으로 사업이 전개되었을 것이고 그 경우에 성공은커녕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 서비스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2)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은 지난 2009년 입사 면접에서 프로그래머인 브라이언 액튼과 얀 쿰의 채용을 거절했다. 몇 년 뒤 페이스북은 이들이 설립한 ‘왓츠앱’을 190억 달러(20조 원)에 인수해야 했다.


> 채용하지 않았다는 것은 페이스북이 추구하는 기업문화 혹은 필요로 하는 역량에 부적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그럼에도 페이스북이 이들을 채용했다면 서로 fit이 맞지 않아 곤욕을 치르다가 이들이 결국 퇴사하고 왓츠앱을 설립하는 똑같은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냥 비슷한 IT기업으로 이직을 하든지.


세상의 모든 결과는 수많은 원인이 엮이고 엮여서 만들어진 값이다. 그래서 결과론적 실수는 모순적이다. 원인 값 하나를 바꾼다고 동일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면서 결과론적 실수에 대한 후회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 그때 거길 갔어야 했는데", "아 그때 그걸 샀어야 했는데"와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데 이런 결과론적 실수에 대한 후회는 전혀 건강하지 않다. 다음에 비슷한 선택의 순간이 와서 다른 선택을 하더라도 결괏값은 그 선택 외의 다른 원인들에 의해 완전히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진짜 실수를 했을 때, 다음에 동일한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빚는 것이 더 영양가가 있다. 본문에서 소개된 사례 중 주식 중개인의 실수로 3000억 원의 주식을 10원에 팔아넘긴 사례가 바로 그것이다. 아마 이 일이 있고 난 뒤로 해당 주식거래 사무소에는 실수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생겼을 것이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더 큰 손해를 막을 수 있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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