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케터 강센느 Mar 25. 2020

27. 위기는 기회다

일일일생각 | 남양유업의 위기는 7년째 계속 진행 중

대리점 점주들을 대상으로 갑질을 시전 했던 남양유업은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7년째 후폭풍을 맞고 있다. 그 사건이 일어난 이후로 영업이익을 계속해서 감소했고, 시장에서 1등 자리를 매일유업에게 빼앗긴 지 오래다. 남양유업은 위기를 맞은 기업들이 으레 그러듯, 대국민 사과를 하거나 이미지 쇄신용 PR 광고를 제작하여 여기저기 노출시키기도 했지만 이런 활동들 모두 소비자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다.


관련기사 : http://www.newspim.com/news/view/20200313000980


반면에, 위기를 기회로 만든 모범 사례가 있다. 속초 시장의 명물이 된 '만석닭강정'은 한때 식품위약품안전처에게 위생기준 위반으로 적발되어 위기를 맞이했다. 속초 시장에는 만석닭강정 외에도 많은 닭강정 브랜드가 있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대안이 될만한 매장으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고 매출이 40% 급감했다. 


이때만 해도 모두들 만석닭강정이 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결론부터 보자면 만석닭강정은 요즘, 그 위기가 있던 이전보다 훨씬 더 장사가 잘된다. 똑같이 위기를 맞았던 남양유업과 달리 만석닭강정이 위기를 기회로 만든 비결은 무엇일까?


만석반도체라는 별명까지 얻게 만든 만석닭강정 직원들의 복장


만석닭강정의 해법은 '지독한 반성'이었다. 이 지독함의 기준은 '소비자를 질리게 만들 정도'였다. 위기의 원인이 되었던 '위생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는 것을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도록 주방을 투명하게 오픈하고 직원들에게는 반도체 공장에서 입는 것과 유사하게 생긴 위생복을 입혔는데 이런 모습을 보면서 등돌렸던 소비자들은 "이 정도 지독한 반성이면 다시 마음을 돌릴만 하다"며 감탄을 자아냈다. 


한번 포탄이 떨어진 곳에는 포탄이 또 떨어질 확률이 낮기 때문에 가장 안전한 장소가 될 수 있다는 전쟁의 공식처럼, 한번 위생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독한 반성의 증거를 소비자에게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이런 지독한 반성의 결과로 다시 만석닭강정 앞은 인산인해를 이루게 됐다.


만약 남양이 갑질 사태가 벌어졌을 때, 요즘 코로나19로 힘든 대리점들을 위해 점포세를 1개월간 대신 내줬던 명륜진사갈비처럼(무려, 명륜진사갈비는 부정 이슈가 터진 것도 아닌데 무상으로 이런 일을 했다) 가시적으로 볼 수 있는 지독한 반성의 증거를 보여줬어야 했다. 그랬다면 그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됐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남양은 지지부진한 사과와 진정성 없는 PR광고들로 위기를 어설프게 넘겨보려 했고 그 결과, 여전히 후폭풍이 7년째 진행 중인 상태가 됐다. 


오늘날 브랜드 이미지는 과거처럼 수십억 예산을 들여 PR광고를 TV에 송출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진정성 있는 브랜드의 활동이 꾸준히 이어져야 비로소 소비자의 마음은 움직인다. 남양은 "대리점 점주를 가족처럼 생각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유튜브 광고로 돌릴 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 광고비를 대리점 점주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사용했다면 소비자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되돌릴 수 있지 않았을까. 

작가의 이전글 26. 매일 글쓰기의 장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