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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강센느 Mar 31. 2020

브랜드 같은 집을 꿈꾸다

마케터의 집꾸미기 | Prologue

나는 공간의 힘을 믿는다. 매일 목적과 장소에 맞게 옷을 차려입었을 때 삶이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처럼 우리에게 딱 맞는 공간도 그만큼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삶의 대부분을 보내는 집은 그래서 더 특별하다.


나에게 맞지 않는 집은 나에게 맞지 않는 옷만큼이나 불편하다.


이런 모토로 집을 생각하던 나였으니 인테리어에 대한 집착은 꽤나 오래전부터 시작된 것이 당연하다. 5평 남짓의 원룸에서 자취하던 시절에도 가구의 톤을 맞추고 작은 소품들로 포인트를 주는 노력을 기울였다. 적어도 집에서 보내는 시간만큼은 모든 결이 나와 잘 맞기를 바랐다. 집은 밖과 다르게 모든 것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나에게 맞춰 모든 질서를 바로 잡을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벽지나 바닥과 같은 집의 기본 속성은 나의 통제 밖에 있었다는 점이었다. 웹에서 종종 집주인과 협의를 통해 셀프로 벽지를 바꾸는 사례들을 본 적이 있었으나, 나는 1~2년을 거쳐가는 집에 그 정도의 품을 들일 자신이 없었기에 최대한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들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상쇄하고 보완하는 방법으로 나에게 맞는 집을 만들었다.


자취 시절, 우중충한 벽면을 여행 사진으로 가득 덮어버렸다.


그렇게 오랜 기간 여러 집을 거치면서 나는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물성을 익혔고, 동시에 내가 바라는 집의 이상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알게 됐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그 모든 것이 반영된 우리 집을 만드는 시점은 결혼 후 마련할 신혼집일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신혼집은 이전과는 다르게 집의 기본 속성까지 내가 통제할 수 있고, 1~2년이 아니라 10~20년 이상을 지내야 하는 공간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드디어 신혼집을 마련하게 된 그 해에, 고맙게도 나의 아내는 이런 내 마음을 잘 이해해줬고 인테리어에 대한 권한을 전적으로 나에게 위임해주는 아량을 베풀었다. 그렇게 10년 이상 내가 염원해왔던 <우리 집 만들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기에 앞서 나는 아내에게 우리 집이 어떤 집이 되길 바라는지에 대해서 물었고, 그렇게 여러 대화를 나누던 와중에 아내는 다음과 같은 인상적인 문장들을 나에게 요청사항으로 남겼다. "우리 집이니까, 무엇보다 우리다웠으면 좋겠어", "다른 집이랑은 달랐으면 좋겠어", "10년, 20년이 지나도 질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 모든 문장을 듣고 나니 자연스럽게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브랜드(brand)였다. 대체 불가한 나다움을 지녔고, 오랜 세월이 흘러도 한결같은 속성을 지닌 것. 그래서 우리는 프로젝트의 목표를 "하나의 브랜드처럼 대체 불가한 컨셉과 오랜 기간 유지되는 일관성을 지닌 집을 만드는 것"으로 정했다.




<마케터의 집꾸미기>는 바로 이처럼 '브랜드 같은 집'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우리의 모든 과정이 담긴 콘텐츠다. 나는 실제로 집을 꾸밀 때 마케터로서 하나의 신규 서비스를 브랜딩하는 마음으로 임했다. 우리에게 집은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지를 Brand Mission처럼 정했고, 그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집에 담겨야 할 가치들을 Brand Core Value처럼 정했다. 그리고 이런 아이덴티티를 기반으로 우리 집에 어울리는 가구와 소품은 무엇인지를 신중히 고르고 배치했다.


결론적으로, 이런 노력 끝에 우리의 신혼집은 인테리어 앱 오늘의집에 메인 콘텐츠로 소개되었고, 오늘의집에 소개됐던 온라인집들이 콘텐츠 중에서 Top 50에 들어간 인기 콘텐츠가 됐다. 브랜드 같은 집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을 때, 정량지표로 삼은 것이 오늘의집 메인에 소개되는 것이었는데 그 꿈을 이룬 것이다. 집이라는 공간이 남에게 꼭 인기 있을 필요는 없지만, 대중에게 사랑받아야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브랜드의 숙명을 생각한다면 우리가 목표했던 바가 꽤나 성공적으로 달성했음을 알 수 있는 확실한 지표였다.


오늘의집에 집이 소개된 이후로 집꾸미기와 관련된 많은 문의가 쏟아졌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공간을 '브랜드 같은 집'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나는 초기에 일일이 DM으로 모든 문의에 답을 줬는데, 점점 이런 단편적인 팁을 주는 것보다 내가 거쳤던 모든 과정을 한 번에 전달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래서 이 콘텐츠를 시작하게 됐다.



일생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집,
나의 집은 나다움을 잘 담고 있는가?
확답이 어렵다면, 이제부터 집을 꾸며보자.
누구나 '브랜드 같은 집'에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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