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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치트키 '행복회로'

1일1생각 #34

by 강센느

1일1생각 #

초등학교 6학년 때, 설날에 두둑이 챙긴 세뱃돈 20만 원이 담긴 지갑을 들고 백화점에 갔다. 평소에 딱히 효자st는 아니지만 그날은 그 돈으로 아버지께 근사한 선물을 하나 해드릴 심산이었다.



여기저기 매장을 둘러보며 아버지 선물을 고르고 있었는데 아뿔싸... 주머니에 있던 지갑이 없어졌다. 돌이켜보니 옷 매장에서 손이 부족해서 지갑을 어딘가 위에 올려놨었는데 그걸 깜빡하고 놔두고 온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지나쳐왔던 모든 매장을 되돌아가서 지갑을 찾았지만 그 지갑이 그대로 그 자리에 있을 리 만무했다.



13살 소년, 행복회로를 알게 되다


집으로 터벅터벅 돌아오는 길에 나는 나 자신에게 온갖 저주와 욕을 퍼부었다. 그래도 마음은 계속해서 불편했다. 그렇게 30분 정도 자학을 가한 뒤, 나는 문득 어떤 큰 깨달음을 얻었다. "근데 이렇게 한다고 해서 지나간 일들이 바뀌어?", "과거를 바꿀 수 없다면 내 생각을 바꿔보자!"


13살짜리 소년은 그렇게 행복회로라는 인생에서 없어서는 안 될 영혼의 스킬을 익히게 됐다. "20만 원만 잃은 게 어디야, 집에 있는 돈까지 넣어 왔으면 큰일 날 뻔", "이번 일을 통해서 지갑 간수를 더 잘하게 될 테니 개이득", "20만 원은 아마 누군가 어려운 사람에게 갔을 거야 오늘 20만 원 기부했음"


행복회로가 돌아가자 놀랍게도 마음은 한결 편해졌고, 그런 놀라운 경험을 하고 나니 그 뒤로는 위기의 순간이 있을 때마다 자연스럽게 행복회로를 돌리게 됐다.


고등학교 졸업 후 원하는 대학에 못 붙어서 2순위 지망 대학에 가게 됐을 때는 "괜찮아, 저기보다 여기가 등록금 더 싸"와 같이 행복회로를, 취준생 때 대기업 면접에서 떨어졌을 때는 "괜찮아, 여기보다 더 좋은 기업에 가려고 떨어진 거야. 솔직히 대기업은 나랑 안 맞음"과 같이 행복회로를 돌렸다.


날이 갈수록 나의 행복회로는 더욱 정교해졌고 그럴수록 위기는 위기가 아니게 되었다.



행복회로는 진짜 행복을 불러온다


누군가는 행복회로를 비겁하고 찌질한 행위라고 말하지만 나에겐 없어서는 안 될 영혼의 스킬이다. 만약 행복회로가 없었다면 단언컨대, 나는 수많은 위기에 몇 번이나 좌초되었을 것이다.


우리가 위기의 순간에 명심해야 하는 사실은 시간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되돌릴 수 없는 과거의 오점에 얽매여서 다가오는 시간을 온전히 사용할 수 없게 되면 위기의 순간은 몇 번이고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이미 벌어진 일은 행복회로로 빠르게 합리화하고, 이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추진력을 얻는다면 행복회로로 만들어 낸 가상 행복은 결국에 진짜 행복이 되어 돌아온다.


나는 이미 몇 번이나 이런 경험을 했고,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행복회로를 자주 돌릴 것이다. 이 글에 반응이 없으면 "괜찮아, 이 글이 반응이 좋았다면 난 거기에 안주해서 더 좋은 글을 쓰지 못했을 거야"라고 행복회로를 돌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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