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리모델링 : 브랜드 같은 집 만들기
1부. 리모델링 : 브랜드 같은 집 만들기
마케터의 집꾸미기 | 1부. 브랜드 마케팅처럼 집 리모델링하기
집꾸미기를 할 때 다른 집의 인테리어를 참고하고 우리 집에 맞게 부분 적용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지만 그것을 100%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은 좋지 않은 방법이다.
집은 구조, 연식, 환경 등에 따라 각각의 특질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질들을 무시한 채 다른 집의 인테리어를 그대로 차용하는 것은 정장 재킷에 운동복 바지를 믹스 매치한 것만큼 우스꽝스러운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한 가지 대표적인 예로, 그리스 산토리니의 블루 컬러 인테리어를 어설프게 차용해서 이도 저도 아닌 컨셉을 가진 집들이 국내에 꽤나 많다(특히 펜션).
산토리니 인테리어의 핵심은 파란색 페인트가 아니라 지중해의 풍광에 있다. 지중해 인테리어의 파란색이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는 지중해의 푸른빛 바다와 일관성을 유지하는 색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에 산토리니 풍 인테리어를 실패한 사례들을 보면 주변 환경이 바다가 아니라 산에 있는 집(펜션)이거나, 바다가 주변에 1도 없는 아파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집의 환경을 완전히 무시한 채 자신의 취향만 고집해서 발생하는 대참사다.
나는 이런 대참사를 막기 위해 리모델링 시작 전에 집의 특질을 이해하는데 오랜 시간을 투자했고, 이를 통해 리모델링 방향성을 정했다. 그리고 이 방향성을 토대로 다른 집과 차별화되는, 우리 집만의 컨셉을 잡기 위한 고민을 시작했다.
집의 컨셉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은 컬러와 소재이기 때문에 사실상 컨셉을 정하는 일은 이 두 가지 요소를 확정 짓는 일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전 편에 이어서 계속해서 집을 브랜드에 빗대어 설명하자면, 브랜드 역시 컨셉을 드러내는데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이 브랜드 컬러다. 다음의 이미지를 보면 이해가 쉽다.
이마트와 국민은행은 메인 컬러가 노란색이기 때문에 동일한 브랜드 컬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세히 보면 메인 컬러인 노란색의 채도가 다르고, 서브 컬러가 완전히 다른 색이어서 두 브랜드가 다른 느낌의 컬러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마트와 국민은행뿐만 아니라 오늘날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브랜드들이 이처럼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브랜드 컬러를 통해 나타내고 있다.
브랜드 컬러는 크게 메인 컬러, 서브 컬러로 나뉘는데 어떤 컬러가 메인이냐에 따라서 전달하는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진다.
예를 들어 블루 계열은 신뢰감을 주기 때문에 주로 금융권 브랜드(신한은행, 우리은행, 토스 등)에서 많이 사용되고, 블랙 계열은 모던하고 시크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패션이나 비즈니스 브랜드(무신사, 29cm, 리멤버 등)에서 많이 사용된다.
집을 인테리어 할 때도 마찬가지로 메인 컬러, 서브 컬러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서 집의 컨셉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래서 우리도 집의 컨셉을 잡을 때 어떤 컬러를 메인으로 가져갈 지에 대해서 가장 큰 고민을 했었는데, 다음과 같은 3개의 기준을 통해서 컬러를 정하고 컨셉을 잡았다.
리모델링 방향성을 잡기 위해 사전에 집의 특질을 파악한 결과, 우리 집은 따뜻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그래서 이러한 따뜻한 이미지를 잘 살리기 위해 차가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컬러, 소재를 하나씩 배제하고 따뜻함을 전달하는 컬러, 소재를 리스트업 했다.
* 소재를 찾을 때는 warm interior(따뜻한 이미지), cool interior(차가운 이미지)와 같이 검색하면 쉽게 레퍼런스 이미지를 수집할 수 있다.
이렇게 따뜻함을 기준으로 소재, 컬러를 정리하고 나니 리모델링의 윤곽이 더욱 뚜렷해졌다. 이전 편에서도 말했듯이 나는 원래 대리석&골드 인테리어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 우리 집의 따뜻한 이미지와 달리 대리석과 골드는 차가운 느낌의 소재여서 과감하게 소재 리스트에서 제거하였다.
1)의 단계에서 집의 이미지와 맞는 모든 소재와 컬러를 리스트업하고 나니 이제 이것들을 어떻게 바닥, 벽지, 가구 등에 접목시킬지에 대한 세부 고민이 필요했다. 이때 우리가 기준으로 둔 것은 이전에 리모델링 방향성으로 정해뒀던 "최대한 밝게, 최대한 넓어 보이게"였다.
누구나 아는 기본 상식이지만 컬러의 명도가 높아질수록 집은 넓고 밝아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벽지는 고민할 것 없이 흰색을 선택하게 됐고, 바닥은 밝은 우드를 선택했다. 그 결과, 우리가 지향하는 집의 컨셉이 무지 호텔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여담이지만, 추후 인테리어 업체를 찾아갔을 때 우리가 원하는 리모델링 방향성을 업자분께 설명드렸더니 단박에 무지 호텔을 말씀하셨을 정도로 우리의 지향점이 무지 호텔과 많은 유사성을 띠고 있었다.
리모델링 컨셉을 무지 호텔과 유사한 방향으로 정한 뒤 공사가 시작되기 직전일 무렵, 우리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과연 무지 호텔스러운 게 우리스러운 집일까?
생각해보니 무지 호텔 st의 인테리어는 사실 생각보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컨셉이었다. 화이트&밝은 우드는 웬만하면 실패하기 어려운 조합이기 때문에 인테리어계의 스테디셀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때부터 어떻게 하면 우리 집만의 차별점을 만들 수 있을까를 급하게 고민했고, 그 결과 바닥을 일반 우드보다 짙은 컬러인 멀바우 우드로 바꾸기로 했다.
한편으로는 멀바우 우드의 명도가 일반 우드보다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집이 더 좁아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희소성 측면에서 얻는 부분이 더 많다고 판단했다.
리모델링이 끝나고 멀바우 우드가 멋스럽게 깔린 집을 보니, 잠깐이나마 집이 좁아 보일까 우려했던 생각들이 기우로 느껴질 정도였다.
집은 전혀 좁아 보이지 않았고 희소성은 물론이고 고급스러운 느낌까지 더해져서 우리는 200% 만족했다. 그리고 이 멀바우 우드가 우리 집의 메인 컨셉이 돼서 오늘의집에 온라인 집들이를 올릴 때도 콘텐츠의 제목이 '멀바우 우드 톤으로 꾸민 23평 신혼집'이 됐다.
집의 컨셉은 꼭 리모델링이 아니더라도 특색 있는 가구를 채워 넣는 것만으로도 살릴 수 있다. 하지만 집의 기본 구조를 그대로 두고 가구로 컨셉을 살리는 것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모델링은 집의 컨셉을 제대로 만들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평소보다 몇 배 이상 더 많은 관심을 집에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