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생각 #42
한때 <그것이 알고싶다>에 빠져서 전편을 정주행한 적이 있다. 이 TV 프로그램에서 주로 다루는 사건은 주로 '미제'다. 즉, 여러 이유로 수사가 완전히 종결되지 못한 사건들이다.
종종 인터넷에서 <그것이 알고싶다 레전드>라는 제목으로 방송 캡처본들이 돌아다니기 때문에 대중에게 잘 알려진 미제 사건들이 몇몇 있는데, 나는 그런 편들보다 훨씬 더 인상적으로 봤던 에피소드가 있다.
해당 편의 내용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한 여성이 조건만남으로 만난 남성(당연히 일면식도 없다)을 모텔에서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했다가 얼마 안 가 경찰에 잡힌 사건이었다.
사실 결과만 보면 '미제'라고 할만한 내용이 없어 보인다. 범인이 너무나 빠르게 잡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에서는 이 사건이 미제인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살인범 A양이 일면식도 없는 B씨를 살해한 동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우리가 그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제2의 A양, 제3의 A양이 나오는 것을 막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나는 그 말에 머리가 핑 돌았다. 한 번은 실수지만 두 번은 실력이라는 말이 있듯, 사건도 마찬가지라는 관점. 우리 사회에 발생하는 수많은 사건은 단순히 범인을 잡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을 토대로 다시는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적으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고 그랬을 때 비로소 사건이 완전히 종결되는 것이라는 생각. 어떻게 보면 누구나 쉽게 종결이라고 볼 수 있는 사건을 그저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이토록 세밀하고 집요한 태도로 대하는 모습에 나는 뭐라 말로 형언하기 힘든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면 나는 학창시절 시험을 볼 때, 이전에 오답에 대한 정확한 원인을 파악했던 문제는 그 다음부터 절대 틀리지 않았었던 반면에 채점만 하고 넘어갔던 문제는 그 다음에도 또 틀렸었다. 표면적으로는 종결 상태인 사건을 굳이 미제로 분류한 이유는 아마 이와 동일한 이유였을 것이다. 범인은 잡았는데, 범행동기는 알 수 없는 상황은 정답만 알고 오답풀이를 하지 않은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든 문제 풀이의 핵심은 정답을 아는 것이 아니라 다시 틀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한 번은 실수고, 두 번은 실력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