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생각 #51
거의 2개월째 하루에 글을 하나씩 쓰고 있다. 처음엔 백지장처럼 하얗게 비워진 화면을 매일 마주하는 게 귀찮기도 하고 어떻게 채울지 막막하기도 했지만 요즘엔 꽤 탄력이 붙었는지 그런 과정이 익숙하다.
물론 매일 글쓰기가 수월한 것은 아니다. 어떤 날은 쓰고 싶은 글이 넘쳐나고 또 어떤 날은 아무리 쥐어짜 내도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 날엔 머릿속으로만 고민하지 않고 우선 브런치에 들어와 글쓰기 버튼을 누르고 백지장 같은 빈 화면을 띄워둔다. 그러면 놀랍게도 얼마 안 가 글감이 떠오른다.
인간이 화장실 주변에 가면 용변 생각이 없었더라도 심리적으로 용변이 마려워진다는 심리연구결과를 들은 적이 있다. 화장실에 가면 용변을 봤던 지난날의 수많은 경험치들을 몸이 기억하여 조건반사를 일으키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의 몸은 백지장을 보면 얼마 안 가 글을 써낸다는 경험치를 지난 2개월간 쌓아왔고 그 덕분에 좋든 싫든 백지장을 마주하면 그것을 채워놓기 위해 몸이 반응하게 됐다. 나는 이런 경험을 통해 글쓰기로 꾸준히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백지장에 익숙해지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백지장의 여백을 ‘무한한 가능성의 원천’으로 느낄 수 있게 됐을 때, 비로소 글쓰기로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게끔 몸의 기초가 세팅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글쓰기를 하려면 백지장부터 꺼내 들어야 한다. 모든 가능성은 그 하얀 여백에서 시작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