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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포크 스타일 인테리어란?

2부. 집꾸미기 : 인테리어 브랜드 이야기

by 강센느

국내에서 잡지는 원래 패션의 전유물이었다. 킨포크(KINFOLK)가 등장하기 전까지 말이다. 킨포크는 2011년 미국 포틀랜드의 작가, 화가, 농부 요리사 등 40여 명의 지역 주민이 자신들의 일상을 기록하여 창간한 계간지다. 초기에는 500부 정도만 발행하는 소규모 잡지였으나 점차 인기를 끌면서 3년 만에 세계 각국에 번역 출간되어 발행 부수 7만 부에 달하는 인기 매체가 되었다.


앞서 말했듯이 킨포크의 등장으로 인해 국내에서 잡지라는 매체가 다루는 카테고리는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원래는 패션 중심으로 구성이 되어 있었으나 킨포크의 유행 이후로는 라이프스타일, 여행, 인테리어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다루는 감각적인 디자인의 인디 잡지가 대거 등장했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런 류의 잡지를 구매하는 소비 트렌드도 같이 형성됐다.




킨포크 스타일의 등장


구글에서 'kinfolk style'을 이미지 검색하면 나오는 화면


킨포크 매거진이 인기를 끌면서 '킨포크 스타일(kinfolk style)'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라이프 스타일이 유행하게 됐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인구 60만 남짓의 소도시인 포틀랜드에 사는 사람들이 지속해오던 생활 방식이 킨포크 매거진을 통해서 전 세계로 대중화된 것뿐이었다.


그래서 킨포크 스타일은 필연적으로 포틀랜드의 생활방식을 따르는데, 포틀랜드에는 1960년대 히피문화가 번성했던 영향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포틀랜드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자유분방한 편이며, 자연 친화적이고 여유로운 삶을 즐긴다.


kinfolk : 친척, 친족 등 가까운 사람


kinfolk라는 단어는 가까운 사람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인데, 이 단어에는 포틀랜드 사람들의 성향이 잘 담겨있다. 이들은 직접 수확한 제철 식재료로 요리를 만들고 가까운 사람들과 나눠 먹는 스몰 게더링 문화에 익숙한데, 이처럼 담장을 허물고 가까운 사람들과 소박한 일상을 공유하는 것에 많은 가치를 두는 것이 포틀랜드 삶의 특징이자 킨포크 스타일의 정수인 것이다.


정리하자면, 킨포크 스타일이란 포틀랜드의 사람들처럼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느리고 여유로운 자연 속의 소박한 삶을 지향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의미한다.




킨포크가 국내에 미친 영향


킨포크 열풍은 물론 우리나라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어느 순간부터 집꾸미기에 깨나 신경 쓴다는 사람들의 집이나 인테리어가 예쁜 카페의 매거진 랙에 킨포크 잡지가 꽂히기 시작했고, 얼마 안가 킨포크는 국내에서 꽤 대중적인 잡지가 됐다.



핵심은 킨포크가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잡지라기보다는 예쁜 디자인의 '인테리어 소품'으로써 국내에서 소비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고, 이런 탓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킨포크를 읽기보다는 예쁘게 놔두기 위해서 구매했다. 그래서 킨포크 스타일이 국내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은 스몰 게더링 문화가 아니라 인테리어였다.




'킨포크스러운' 인테리어의 정의


국내에 킨포크가 인테리어 소품으로써 인지도를 쌓아갈 무렵, 사람들은 점점 "킨포크스러운 인테리어네요"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요즘엔 이 말이 꽤 일상적인 표현이 됐다.



그렇다면 대체 킨포크스러운 인테리어는 뭘까? 그 힌트는 킨포크 잡지의 디자인에서 찾을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킨포크는 디자인이 워낙 예뻐서 국내에서는 읽을거리보다는 인테리어 소품으로써 소비되는 경향성이 있는데, 그 디자인의 핵심은 여유로움(Minimal), 자연스러움(Organic)이다.


킨포크 잡지는 포틀랜드의 라이프 스타일을 단순히 글로만 담아낸 게 아니라 디자인적으로도 잘 표현했는데, '여유로움'은 잡지의 많은 공간을 하얀 여백으로 남김으로써 표현했고, '자연스러움'은 잡지에 실리는 사진들(주로 푸른 식물이나 자연, 그리고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표정)로 표현했다.


그리고 이런 시각적인 특징들 덕분에 굳이 글까지 읽어보지 않아도 국내 소비자들은 포틀랜드의 라이프 스타일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됐고 그것을 인테리어로 구현하는데 이른 것이다.





나 역시도 킨포크의 열렬한 팬인지라 집 인테리어를 킨포크스럽게 하려고 노력했는데, 여유로움은 벽지와 가구의 컬러를 화이트로 맞춤으로써 표현했고 자연스러움은 멀바우 우드톤의 바닥과 곳곳에 놔둔 식물을 통해서 표현했다.




그리고 주방과 거실을 분리하는 매거진 랙에는 킨포크 잡지를 비치하여 킨포크 인테리어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킨포크스러운 공간에서 산다는 것


물론, "스몰 게더링 문화 전파"라는 킨포크의 담대한 미션을 생각한다면 삶 전반이 아니라 인테리어에만 킨포크 스타일을 차용하는 일이 그들에겐 썩 달갑지 않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의 일부를 차용하여 집을 꾸미고 그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우리 부부의 삶이 한결 더 여유롭고, 자연스러워진 것을 보면 그것이 결코 킨포크 스타일의 어설픈 흉내 정도로 치부될 일이 아님은 확실하다. 아니 어쩌면, 킨포크스러운 삶은 이렇게 킨포크스러운 공간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음 화에서 계속해서 인테리어 관련 브랜드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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