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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 현 Jan 12. 2022

설명회 영상 촬영 2

외고 입학생을 위한 설명회

 

 영상을 보내주기로 약속을 하고 황급히 스튜디오를 나왔지만, 앞이 캄캄했다. 바꾼 핸드폰이 C 타입을 연결해야 하는 기종인데 유튜브를 할 때 산 마이크는 예전 것이라 마이크를 다시 장만해야 하고, 찍을 장소도 생각해야 한다. 마감은 이틀 후! 핸드폰으로 C 타입 마이크를 검색해 보니 배달이 늦다. 일단 근처 다이소로 가서, 마이크를 파는지 둘러보았다. 있긴 있다. 자꾸 물건을 사는 것은 원치 않는 일이나 시간이 없으니 산다. 차로 돌아와 마이크로 녹음을 해 보니 저렴한 가격에 비해 녹음이 잘 된다. 마이크는 해결되고, 장소와 내용을 PPT로 정리하는 문제가 남았다. 또 영상 편집을 2년 넘게 하지 않아 자료를 넣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집에서는 도저히 찍을 엄두를 못 내고 영상을 보내기로 약속한 날, 대치동 학원으로 무작정 갔다. 이른 시간이라 열려 있을지도 의문이다. 늘 내가 강의하는 3층은 열려 있지 않고 다행히 2층은 열려 있다. 두리번거리다 사무실에서 전화를 하는 아가씨와 마주친다. 어떻게 오셨나요? 아, 네 제가 일본어 강사인데 비는 강의실에서 설명회 영상을 좀 찍을 수 있을까 해서요. 네, 그럼, 제가 원장님께 전화로 물어볼게요. 어.. 뭐지... 이런 전개가 아닌데. 분명 스튜디오 예약까지 해 줬는데 그때 안 찍고 갑자기 난입해서 찍겠다는 건 뭐냐고 생각할 텐데..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네 그러세요.라고 대답하고 초조하게 기다리면서 한 번 만난 적이 있는 원장의 얼굴을 떠올렸다. 30대 후반의 젊은 여성이다. 어머니가 대치동에서 작은 학원으로 시작하여 현재 10개가 넘는 관을 보유하고 있는 신흥 학원 강자로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다고 했다. 다행히 연락이 닿지 않아 그냥 찍기로 한다. 


 2년 만에 영상을 찍으려니 떨렸다. 눈을 이리저리 굴리고 대본 없이 하니 자꾸 NG가 났다. 그래도 이 정도면 작년에 찍은 거보다는 낫다고 위로하며 끝냈다. 아가씨에게 고맙다고 하고 나와서는 가족에게 보였다. 그러자 이게 뭐냐며 이걸 보고 누가 오겠냐고 한다. 요즘 젊은 엄마들이 이렇게 허술하게 보이는 선생에게 누가 아이를 맡기겠냐고 한다. 너무 올드하다는 평이다. 점심을 먹고 결국 다시 학원으로 간다. 아가씨가 원장님과 통화가 됐는데 허락하셨다고 한다. 뭐 대단한 일이라고 허락까지 받아야 하는지...라고 생각하는 나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졌지만, 자신감이 제일 중요하다. 자신감이 화면을 뚫고 나와서 엄마들에게 가 닿으리라!! 참 여러 사람을 귀찮게 하며 영상을 찍었다. 편집도 가족의 사랑의 힘으로 마무리되었다. 요즘 말로 금손인 가족 덕에 얼굴 보정도 하고 화사하게 완성되었다. 자신감은? 글쎄 잘 느껴지지 않지만 말이다. 또 한 해를 이렇게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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