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입학 전 전공어(일본어) 설명회
두 군데 나가는 학원 중에 한 곳이 외고만 수업하는 곳이다. 따라서 대면 설명회도 많이 준비한다. 한 학부모가 예약을 해도 설명을 하라고 부른다. 물론 한 명이라도 가서 열심히 설명을 해 드려야 한다. 어쩌면 3년을 꼬박 가르치게 될지도 모른다. 대치동에는 현재 3명의 나름 이름이 난 일본어 강사가 있다. 원래 두 명이었는데 3, 4년 전부터 한 명 더 늘었다. 학생들은 이리저리 옮겨 다니기도 하고 한 사람의 강의를 3년간 듣기도 한다. 올해부터 D 외고의 일본어과가 한 반 더 늘어 H 외고와 합쳐도 50명뿐이던 학생 수가 75명으로 늘었다. 그 75명이 다 대치동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 많이 다녀야 반 정도일까? 과외도 하고 집 근처 학원을 다니기도 하고 이미 중학교 때 일본어를 마스터하고 입학하는 학생들도 많다. 3, 40명 되는 학생을 3명의 강사가 박 터지게 나눠 먹기다. 작년까지는 더 심했다. 2, 30명도 안 되는 학생 수였다.
첫 설명회로 잡힌 날은 올겨울 첫 한파가 닥친 크리스마스 당일이었다. 24일 이브가 외고 합격 발표일이므로 바로 다음 날부터 어머니들은 학원을 알아본다. 그야말로 재력과 정보력의 싸움이다. 누가 영하 13도에 올까 싶지만 나오라니 나갔다. 몇 명 예약했나요? 11분 했습니다. 정말요? 이 날씨예요? 그럼요! 어머님들 열정 아시잖아요. 학원 실장님과 원장님은 큰소리쳤지만 정작 온 것은 한 팀! 부부였다. 자신들은 12년간 일본에서 생활했고 딸은 6살까지 일본에서 나고 자랐다고 한다. 글자를 안 배워 지금은 다 까먹었지만 금세 잘 알아들을 거라고 하면서 1시간가량 화기애애하게 일본 살던 얘기며 외고의 일본어 커리큘럼에 대해 상세하게 심도 있는 상담을 했다. 개강을 하면 보낸다고 하며 자녀 이름까지 적으라고 시키며 마쳤다.
두 번째 설명회는 그다음 날이었다. 마찬가지로 한파가 끝나지 않았고 역시 10명이 예약을 했다고 했지만 온 것은 역시 한 팀! 이번에는 모녀였다. 역시 30킬로가량을 운전을 해서 가서 한 팀이니 당연히 100% 나를 선택하리라 믿고 한 시간 가량 열정적으로 상담을 했다. 힘들었지만 그래도 상담을 한 두 명은 오리라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세 번째는 대형학원의 설명회였다. 어렵게 찍은 영상을 주로 내보냈고 그래도 온다고 하는 어머니는 정말 소수였다. 역시 한 명! 어머니의 미모에 반해 마음이 들떴다. 다른 이야기도 더 하고 싶어 진다.
외고의 외국어 실력은 다른 친구와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발전 상태에 만족하는 학습이어야 할 거 같습니다. 대 부분의 학생들은 중간고사 성적을 받고 좌절하거든요. 나름 중학교 때 좋은 성적이었는데 고등학교 성적은 전에 받아 보지 못한 성적을 받게 되니까 좌절하여 공부 자체에 흥미를 잃는 학생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기준을 남과 비교하는 데 두면 그렇게 되죠! 자신의 레벨 업과 브랜드 만들기에 중점을 두면 좋을 거 같습니다. 어머 선생님, 좋은 말씀이네요. 마스크로 가려졌어도 뚫고 나오는 지성미의 어머니의 칭찬에 다른 설명회와 다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개강을 하자, 상담을 한 학생들은 오지 않았다. 이런 일도 처음 있는 일이다. 소문으로는 옆 학원에서 전공어를 모두 30% 할인을 해서 그리로 다 몰려갔다고 한다. 내가 나가는 두 학원에서 다 입장이 난처해졌다. 설명 영상이 별로여서 일까? 설명회의 노력이나 전문성이 부족했었나? 여러 가지 반성을 하게 된다. 결국 그 미모의 어머니에게 한 말이 고스란히 나에게 돌아온다. 좌절해서 강의 자체에 흥미를 잃지 말고 한 명의 학생이라도 제대로 발전시키는 강의가 되어야 한다는. 자신의 레벨 업과 브랜드 가치의 상승에 더 의미를 두어야 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