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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 현 Mar 11. 2022

보강과 보강 수업료

 

늦게 합류한 학생들은 시스템화 되어 있는 내 수업방식에 익숙하지 않아 한다. 다른 일본어 수업과는 달리 무조건 말하는 것에 치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단어 시험은 시간 관계상 집에서 봐 오거나 해야 하고, 문법 설명 시간과 원어민의 읽는 것을 따라 읽은 후는 전부 다 한국어를 보고 일본어로 말하는 연습을 시킨다. 내신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결국 언어는 말을 못 하면 의미가 없다. 나 역시도 몇 년 전에 중국어를 HSK 4급 시험을 통과한 적이 있지만 인사말 몇 개를 제외하면 한 마디도 못 한다. 사실 일본에 유학하던 시절에도 말이 더뎠다. 그건 성격 문제이기도 하다. 완벽하게 말을 하지 못하면 말이 하고 싶지 않았다.      


학생들도 여러 유형의 성격이고 말을 처음부터 하게 하지 않으면 영원히 입을 다물어 버릴 수 있으므로 무조건 단어를 외우면 강제적으로 말을 하게 시킨다. 결국 언어란 그 나라 사람과 만나 서로 궁금한 것을 묻고 대답하고 약속을 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수단에 불과하니까. 물론 글을 알아 더 많은 것들을 읽고 보고 할 수 있다면 가지고 있던 세계관과 문화 의식이 확장되는 훌륭하고도 감동적인 경험도 할 수 있겠다. 내 수업의 목표는 무조건 말이 먼저고 다음이 듣기, 다음이 쓰기, 읽기 순이다.     


보통 일본어 수업은 아직 원 웨이 수업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방적인 강사의 설명이 주를 이룬다. 학생들에게 시키는 것은 읽는 것이나 문제 풀이의 답 정도를 요구한다. 그런 수업을 한 학생들과 내 수업을 한 학생들은 같은 시간의 수업으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일단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습관이 몸에 배고 부끄러움이 없다. 내가 노리는 바도 바로 그 점이다. 단어를 알면 바로 말을 해버릴 것을 학생들에게 요구한다. 말을 하는 재미를 알면 단어를 외우고 싶어지고 단어의 양이 곧 자신의 사고를 표현할 수 있는 무기가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말이 길어졌다. 그래서 중간에 합류하는 학생들은 보강이 필수다. 처음부터 말을 하는 연습을 다시 시킨다. 시스템을 이해하고 납득하는 시간과 습관화하는 과정이 기존 학생들과 따로 필요하다. 학생에게 보강을 하겠냐고 말을 하면 어머니께 당연히 전달되었다. 며칠 전 큰 학원에서 급하게 연락이 왔다. 보강을 한 학생의 어머니가 보강 공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미 한 보강의 수업료를 내지 못하겠다고 한단다. 일단은 화가 났다. 혼자 한 보강을 공짜라고 생각한 것과 일대일 클리닉의 경우보다 1/3인 수업료를 내지 않겠다는 심보가 괘씸했다. 일부러 시간을 잡고 시간을 내어 학원의 강의실을 사용하여 한 정식 강의인데 아이가 말을 했으면 당연히 감사한 마음으로 우리 아이를 특별히 생각하여 봐 주니 고맙다고 생각하실 줄 안 나도 문제였다.      


난 두 번의 보강의 수업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학원의 부원장님은 그럴 수는 없다고 단호하다. 내 수업이 그렇게 인정받지 못한다면 인정받을 수 있도록 더 정진하겠다고 했다. 원래 나긋나긋하고 상담에 도사인 부원장님이 이번에는 꺾지 않는다. 경우에 어긋나니 꼭 받아내고 학원에 다시는 안 와도 상관이 없다고 한다. 운전을 하면서 전해 들은 이야기라 기진맥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더 쓸쓸한 마음이 들었다. 어머니가 분에 못 이겼는지 소리를 지르며 전화를 끊었다는 얘기가 마지막이었다. 두 사람 간의 대화의 내용이 대충 짐작이 가면서 아무리 여러 경험을 해도 반드시 처음 겪는 일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아직 젊다는 느낌도 들었다.      


잠시 후 집에 도착하자 그 어머니에게서 문자가 온다. 보강을 했다고 하니 선생님 계좌번호를 주시면 송금하겠습니다. 이건 뭘까 싶었지만 난 아무것도 모르는 거처럼 답을 했다. 제 불찰로 보강을 알리지 않고 했으니 이번은 그냥 두셔도 될 거 같습니다. 여러 가지로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화 난 마음도 사그라들어 반쯤은 실제로 내 잘못이라고 생각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자 오간 것을 캡처해서 부원장에게 알렸다. 결론은 부원장이 사과를 하고 – 뭘 왜 사과를 했는지 아직 모르겠다. - 2회 중 1회의 수업료만 내기로 했다고 한다. 멀리서 오는 학생이고 일본어가 많이 부족한데 그만두면 어떡하나 걱정했다. 다행히 아이는 내 마음을 아는지 계속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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