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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 현 Feb 21. 2022

새로운 경쟁자 등장

     

대치동 일본어 강사가 3파전에서 4파전으로 바뀌었다. 작은 학원 원장님이 불러서 물었다. 왜 D외고 학생들이 없는 거죠? 다 어디로 간 걸까요? 글쎄요. 저한테 10명 정도 왔고, C 선생님한테 3명 정도 있다고 하고, 할인을 한 L 선생님에게 7명쯤 갔고.. 원래 50명이라고 해도 30명도 대치동으로 오지 않으니까요... 그렇게 대답을 했지만 나 역시도 뭔가 찝찝함이 있었다. 그래도 너무 인원수가 적다. 그 의구심은 곧 풀렸다. D 외고가 아니라 H 외고 학생이 다른 학원에서 옮겨 오면서 알게 되었다. 초대형 학원에서 올해부터 일본어를 개설했고 거기에 온 선생이 D 외고 앞에서 7년 넘게 과외를 해 온 경쟁자였다.      


벌써 8년쯤 전의 내 학원을 할 때의 일이다. 그때 D 외고에는 영어 일본어과가 잠시 생겼다 없어졌을 때다. 엄청나게 우수한 남학생을 운 좋게 맡게 되었다. 총명한 인상의 어머니가 찾아와서 꼭 아들이 서울대에 가야 한다고, 일본어 급수를 일 년 만에 어디까지 딸 수 있는지를 물었다. 대놓고 서울대를 이야기하는 어머니의 욕망이 많이 당황스러웠지만, 학생의 한자 실력이 어느 정도 밑받침된다면 2년 안에 1급도 가능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안 됩니다. 1년 안에 딸 수 있도록 해 주세요.라고 한다. 노력은 해 보겠다고 했지만 자신은 없었다. 외고 입학 전부터 글자부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7월에 2급 12월에 1급을 당당히 합격했다. 내신도 일본에서 7년 살다 온 친구보다 더 잘 받기도 했다.     


그 남학생 덕분에 다른 학생들도 다 내 학원을 왔다. 1등의 효과였다. 그 학생이 2학년으로 올라갈 때, 그 어머니가 H 란 여학생이 올 것이니 잘 지도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일단은 알겠다고 했는데 전화가 한 통 왔다. 특이하게 학생 아버지가 전화를 해 왔다. 상담을 하다가 또 내 직설적인 질문이 튀어나왔다. 아버님이 전화를 주시고 교육열이 대단하시네요. 그러자 뜻밖에 답이 돌아왔다. 저어, 실은 제가 D 외고 선생입니다. 우리 반 애들이 다 선생님 일본어를 들어서 제 딸도 보내니 아무쪼록 잘 지도해 주십시오. 그때가 내 전성기였다. 학생들은 우수했고 시간이 없어 정신이 없었다. 그 해 일본어과의 1등 쟁탈전은 정말 대단했다. 그중에 어머니가 일본어 대학 강사인지 교수인지 라는 학생이 있었다.      


한 번은 새로 온 남자 일본어 선생님이 시험 문제를 잘 못 냈는데 큰 사건화 되고 말았다. 설명한 내용이 원래 오류가 있었던 거라 문제의 답이 틀렸다. 그것을 그 강사인지 교수인지 하는 어머니가 이의 제기를 하여 정답을 수정하게 했다. 그렇게 되자 선생님 설명대로 답을 쓴 아이들은 납득하지 않았다. 결국 둘 다 정답 처리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바탕 전쟁처럼 난리가 났었다고 한다. 0.1점에 울고 웃는 내신인데 답이 3번 바뀐 셈이다. 그 사건 이야기를 들으면서 씁쓸함을 금할 길 없었다. 설명한 대로 정답 처리를 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학교의 권위를 건드려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설령 더 높은 지식을 가진 부모라도 자식을 위해서는 점수보다는 학교 선생님의 지도 범위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 어머니의 딸이 K대 일본어과에 합격했고 그 후로는 학교 앞에서 과외를 한다고 들었다.      


파이가 커지면 다들 같은 생각을 한다. 살아남을 방법은 별 거 없다. 늘 하던 대로 옳다고 믿는 길을 가는 수밖에 없다. 성적보다는 흥미와 재미로 무장하여 한 명 한 명에게 도움이 되는 강의만이 살 수 있는 길이다. 또 죽도록 시험 문제를 만들어야 한다. 비록 예상 문제라 할지라도 최선을 다해 나라면 이런 문제를 낼 것이다라는 마음으로! 결과는 운이 좋아 내가 가르친 학생 중에서 용케 1등이라도 나와 준다면 4파전의 올해의 우승자는 내가 될 뿐이다. 늘 그렇듯 모든 일은 최선은 당연하고 결과는 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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