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에 오는 첫 번째 목적은 다찌다. 쉽게 설명하자면 해산물 한 상이다. 예전에는 술을 추가 주문할 때마다 새로운 안주가 하나씩 나왔는데 요즘은 제철 해산물을 알아서 코스로 준다. 싸게는 한 상에 3만 원, 4만 원이고 비싼 곳은 1인당 3만 원, 4만 원이다. 2박 3일이면 가는 날까지 합쳐 총 3회의 다찌를 경험할 수 있다. 서울 친구는 통영이 처음이니 다찌도 처음이다. 말보다는 경험이다.
첫날 간 다찌는 한 상에 3만 원인 저렴하지만 알찬 곳이다. 현지인들만 가는 알짜배기 집이다. 지난번 통영 친구와 한 번 가서 2번째 방문이다. 40대까지는 술을 보면 환장하는 축에 들었다. 어둠이 내리면 한 잔이 그리운 낭만파 술쟁이였다. 일본의 광고 카피 문구처럼 맛있는 요리를 보면 어울리는 술 한 잔이 생각나고, 술이 있으면 어울리는 음식이 먹고 싶어지는 인간이었다. 그때도 통영을 오면 밤마다 다찌를 찾아 헤맸다. 나 같은 해산물만을 단백질원으로 사용하는 사람에게 통영은 그야말로 천국이다.
이틀째는 내가 우겨서 1인당 4만 원 하는 제일 핫한 다찌로 갔다. 역시 손님이 많았다. 통영 친구는 다재다능하여 연극 연출도 하지만 본업이 요리사다. 그 친구의 평은 한 마디로 “거품이다”였다. 데코레이션만 화려하고 음식에 정성이 없다고 한다. 서울 친구도 비리고 간이 맛이 없다고 투덜댄다. 난 좋았다. 일단 비싼 회가 많았다. 학꽁치, 숭어, 도미 등등. 해산물도 양도 종류도 풍부했다. 둘은 이미 수저를 놓고 있고 나만 끝까지 계속 먹었다. 만족스러웠다. 이거지 싶었다.
둘은 이미 만정이 다 떨어진 듯 가자고 보채고 난 반쯤 남은 소주가 아까워 뚜껑을 찾았다. 버렸다고 한다. 옆 테이블의 소주 뚜껑이 보였다. 등 쪽만 보이던 남자에게 저어, 이 뚜껑 빌려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딱 내 취향의 남자가 얼굴을 돌리며 웃으며 네, 갚으셔야 합니다. 한다. 옴마! 아직도 이런 설렘을 주는 남자가 세상에 존재한다니!! 이미 얼굴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의 놀라움과 두근거림의 느낌은 선명하다. 나중에 친구는 그렇게 마음에 들었으면 수작을 거는 남자에게 돌려줄 테니 전화번호라도 받지 그랬냐고 한다. 수작! 좋은 단어다...
마지막 날, 저녁 6시 40분 버스라 터미널 근처의 다찌로 갔다. 한 상의 4만 원에 술이 맥주와 소주 2병씩 나왔다. 술은 5천 원씩이다. 통영 친구만 소주를 마시니 소주 한 병을 물리려고 했다. 사장인 거 같은 아주머니가 안 마시면 계산할 때 빼준다고 한다. 둘은 또 음식이 입에 맞는다고 좋아한다. 난 별로 먹을 게 없다. 회나 해산물보다 조리된 음식이 많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굴 떡국이 나오는 것도 신기했다. 친구가 계산을 한 것을 보니 6만 원이었다. 분명 소주 한 병을 남겼는데 하며 내가 다시 들어가 사정을 이야기했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 여사장 덕분에 약간 언성이 높아졌지만 5만 5천 원을 다시 계산하고 나왔다. 4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