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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 현 Mar 25. 2022

다시 통영! 5

시락국과 장보기

     

둘째 날은 거제도와 외도를 다녀오고, 비싼 다찌를 먹었다. 셋이서 간 다찌는 나만 만족했고 다른 두 친구는 귀가를 서둘렀다. 통영 친구가 장을 봐서 자기 집에서 바로 캔 냉이 튀김을 해 준다고 한다. 본업이 요리사란 말은 몇 년째 줄곧 들어왔지만 그의 요리를 직접 먹어 본 적은 없다. 난 이미 배가 불렀으므로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서울 친구는 어린아이처럼 마냥 기대하고 있다. 혼자 모든 것을 하는 것이 빠르다고 부엌에는 얼씬도 못하게 한다. 과연 튀김은 바삭바삭하고 맛있었다. 새우, 방풍나물, 고수까지 튀겨서 나왔다. 친구는 연신 배부르다면서 거의 모든 튀김을 다 먹어 치웠다. 덕분에 다음 날 새벽 시장에 동행할 수 없었다. 별미 시락국도 포기해야 했다.  

      

삼 일째, 돌아가는 날이다. 저녁 버스라 온전한 하루가 남아있다. 통영의 아침은 항구라 일찍 시작된다. 서호시장과 중앙시장에 새벽에 나가면 해산물을 팔고 있는 할머니들이 많이 계시다. 홍합과 굴과 새우를 까고 멸치를 다듬어 회로 만들고 계시다. 생선은 수산시장처럼 주문하면 바로 비늘 치고 내장 빼내고 소금 뿌려 주신다. 멍게도 유명하다. 그중에 멸치회는 멸치가 잡히는 곳에서만 먹을 수 있다. 보들보들한 식감과 고소함이 일품이다. 미나리와 마늘과 쪽파를 넣고 회무침으로 하면 별미다.    

  

아침을 먹기로 한 시락국은 우거지 된장국과 비슷한 음식이다. 잔 복어를 넣고 끓여 주는 곳도 있다. 이번에는 내가 늘 가던 훈이네 시락국이 아니라 통영 친구 단골인 시락국집으로 향했다. 두 줄로 된 작은 식당이다. 처음 갔을 때는 앉을자리가 없다. 장을 먼저 보기로 한다. 나의 88세 노모는 금태라는 생선을 제일 좋아한다. 서울에서는 한 마리에 2만 원도 넘는다. 가끔 이마트 같은 데서 두 마리에 3만 원 하면 사곤 한다. 빨간 생선으로 기름이 많아 살이 부드럽고 고소하다. 구워도 맛있고, 양파 넣고 조려도 맛있다. 그 금태가 한 쟁반에 5만 원이다. 눈이 뒤집힌다. 열 마리도 넘어 보이는데 말도 안 되는 가격이다.

     

다시 간 시락국집은 이제 자리가 있다. 우리가 제일 안쪽으로 앉고 밥이 말려 나온 국은 지금까지 먹어 보지 못한 시원함이 있다. 짜지도 않아 국물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았다. 순간 더 달라고 하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앞자리에 부부로 보이는 남녀가 와 앉는다. 막 썰어 회를 사 가지고 와서 소주를 시킨다. 된장에 참기름을 넣지 말라고 남자가 호통을 친다. 경상도 남자들은 목소리가 크다. 부인에게 반찬을 담아 오라고 성화다. 결국 부인이 화를 내고.. 싸움이 나나 걱정했는데 회를 먹겠냐고 나에게 물어온다. 둘이 먹기는 많다면서! 피식 웃음이 나오면서 인심이 살아있어 너무 좋네요.라고 답하며 마음만 받겠다고 정중히 거절하며 식당을 나왔다.  

     

본격적으로 장을 본다. 깐 새우살, 홍합살, 깐 멍게, 굴 무침, 미역, 다시마, 잔 멸치, 디포리... 견물생심이라 싱싱한 해산물을 보니 사지 않고는 배기지를 못한다. 같이 시장을 처음 온 통영 친구도 놀란다. 뭘 그리 많이 사는교? 가장의 무게라고 해 두자. 혼자 여행 와서 맛있는 걸 먹으니 절로 집에 있는 식구들이 눈에 아른거리며 죄책감이 드니 사가기라도 해야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다. 무겁지만 부치면 신선함을 내일로 미뤄야 한다. 차가 없어 운반이 힘들겠지만 4시간 넘게 운전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그러나 서울에 도착해서 생각한 거보다 훨씬 더 고생을 했다. 버스에서 내린 후에 택시 정류장까지 가는 것이 문제였다. 운반해 주는 아저씨는 6천 원을 달라고 한다. 비싸다고 머뭇거리는 사이에 그 아저씨는 퇴근을 해 버리고 수레를 간신히 빌렸다. 덕분에 같이 간 친구와 말다툼까지 하게 된다. 내 무식한 행동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하지만 내 여행의 마지막은 늘 기다리는 식구들이 기뻐하는 모습이니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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