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보내는 엽서
피천득님의 나의 사랑하는 생활 중 문장이다.
나는 나의 시간과 기운을 다 팔아버리지 않고, 나의 마지막 십분 지 일이라도 남겨서 자유와 한가를 즐길 수 있는 생활을 하고 싶다.
가벼운 바람이 부는 해변, 따사로운 햇살, 낮잠을 자는 붉은 수영복의 노년. 모두가 쉬고 있지만, 쉬지 않고 그들을 찍는 내가 있다. 왜 그럴까?
카메라는 때로 숨는 곳이 되지만, 어떤 순간엔 마음을 꺼내는 창이 되기도 한다. 나는 후자에 가깝다. '쉬고 싶다'는 내가 프레임 안에 고요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사진에서 가장 오래 응시했던 건, 해변에 누워 있는 노인의 모습이었다. 누군가는 이미 그 쉬는 법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풍경’이 아니라, 어쩌면 ‘내가 되고 싶었던 상태’였을지도 모른다. 그 조용함, 그래도 괜찮다는 허락,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당당함을 갖고 싶다. 사실 나는 안다. 이미 충분히 애썼음에도 내 안의 시계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일어나, 움직여, 증명해”라고 재촉한다는 걸 말이다.
안쓰러운 내게 오늘, 딱 하루만 이렇게 말하련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격이 있고, 지금 존재만으로 충분하다.” 마치 자신에게 보내는 엽서처럼 이 문장을 사진 뒤에 눌러 쓰고 나서야 내가 찍은 바다는, 결국 내 안에 오래도록 자리해 있던 <쉬고 싶은 마음의 풍경>인걸 알아차렸다.
이곳에서 조용히 말 걸 수 있는 사진들을 하나씩 꺼내 보이려 한다. 혹시 오늘 당신도, 마음속 어딘가에서 쉬고 싶은 풍경을 찾고 있다면 다음 이야기에서 그 조각을 함께 마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