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것의 위로
돌담은 사실 ‘남은 것’들의 모음이다. 어디에 쓰기엔 애매하고, 누군가의 기준에서는 불필요하다고 여겨진, 제각기 생긴 돌들. 너무 울퉁불퉁하거나, 모서리가 뾰족해서 버려졌을지도 모를 것들이다. 그런데 그 돌들이 쌓여서 바람을 막고, 길을 나눈다. 사람이 걸음을 멈추고, 기댈 수 있는 벽이 되어준다. 나는 종종, 내 마음도 그런 돌들 같다고 느낀다. 어딘가 부적절하고, 기준에서 비켜 있고, 누군가의 삶에선 잘 어울리지 않는 조각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부드럽게 다듬어지지 않은 말투, 괜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습관, 가끔은 나 자신조차 피하고 싶을 만큼 울퉁불퉁한 내 감정들.그럴 때, 제주 돌담길을 걷고 싶다.
그 투박한 조각들이 어설프게라도 서로 기대어 선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나를 닮았다고 느낀다. 완벽하게 맞는 돌은 하나도 없지만 각자의 모양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쌓인 벽. 그 안엔 어떤 설득도, 강요도 없다. 그저 서로의 모난 면을 안은 채, 묵묵히 서 있다. 그 위에 누군가 귤 하나만 올려두어도 벽은 더 이상 구조물이 아니라, 마음이 된다. 작고 동그란 온기가 투박한 돌들 위에 올라앉는 그 장면. 나는 그 순간이 참 좋다.
딱 그 순간만큼은, 나도 누군가의 마음 위에 조용히 놓일 수 있는 귤 하나이고 싶어진다. 보기에 완벽해서가 아니라, 그 불완전한 조합이 따뜻해서 그렇다. 버려질 수도 있었던 것들이 함께 있음으로써 아름다워지는 그 풍경이, 자꾸 나를 위로한다. 그리고 나는 또 생각한다. 혹시 내 안의 돌들도 누군가에게는 작은 쉼이 될 수 있을까. 다음엔 그런 마음을 안고, 또 하나의 풍경 앞에 멈춰 서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