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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훈 Nov 21. 2020

나를 설레게 하던 그 시절 우상들

우표, 마이클 조던, DJ, DOC 그때를 소환합니다.

어린 시절 나의 발걸음은 항상 그곳을 향하였다. 


지금도 그랬겠지만 그 시절 나를 설래이게 만든 것들이 많이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그때는 이메일도 없었다. 휴대전화도 없었다. 그래서 학교를 갔다가 집에 오면은 간혹 편지가 와 있었다. 이때 온 편지에 붙어 있는 우표들이 내가 생각하는 가장 처음 나의 마음을 설례이게 만든 존재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사용한 우표가 가치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오래전 우표의 경우 사용한 것이 더 가치가 있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편지봉투에서 하나하나 모아 나간 그 우표들이 그 시절에는 왜 이리 소중하고 나의 하루를 설례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하나하나 편지봉투에서 모은 우표를 시작으로 우표를 모아 나가기 시작하였다. 작은 관심에서 시작 한 수집은 새로운 우표가 발행되는 일정을 꼼꼼히 챙겨서 우체국을 방문하는 부지런 함으로 이어졌고, 이와 더불어 매주 우표 샵을 방문하며 내 용돈을 과거 발행된 우표를 수집하는데 모두 다 쓰곤 하였다. 어느 순한 돌아보니 주변의 친구들이 부러워할 만한 수준의 우표를 가지고 있는 콜랙터가 되어 있었다. 지금도 방 한 구석에 자리 잡힌 우표를 한 번 씩 보면 대통령 해외 방한 기념우표, 한국의 민화 시리즈, 만화 시리즈, 야생화 시리즈 등 다양한 우표에 관심을 가지고 수집을 하였다. 


우표를 모으는 것은 나의 행복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다. 


중학교에 입학을 하고 나의 관심사는 변화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채워졌던 우표 컬렉션북은 어느 순간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꾸준하면 좋았겠지만 당시 유행을 따라가던 어린 나이여서 그런지 금세 나의 취미는 우표에서 NBA 농구 카드 수집으로 바뀌었다. 


무심코 방문한 대구 사대부고 인근 NBA 카드 컬렉션 샵에서 천 원짜리 카드 모음을 구매하고 나서 나의 눈은 동그래지기 시작했다. 당시 농구를 좋아하지 않은 나였지만 사진 속에 스타들을 알아나간다는 것이 왜 이리 재미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때부터 마이클 조던, 데이비드 로빈슨, 앤서니 하더웨이 등 스타들은 나의 관심 1호 대상이었다. 


특히 중학교 2학년 설날이었던 것 같다. 나의 동생과 함께 세뱃돈으로 카드샵에 방문을 했다. 그때 동생이 재미 삼아 구매한 천 원짜리 카드에서 무려 몇십만 원 가치가 있는 스페셜 카드 두장이 합팩으로 나온 것이다. 당시 모든 사람들이 엄청 놀라면서 우리를 축하해 준 기억이 아직도 머릿속에 선하게 남아 있다. 이후 나의 용돈의 방향은 모두 NBA 카드 숍으로 향하였다. 이때 지금은 고인이 된 코브 브라이언트의 루키 시절을 직접 보고 자랐고, 마이클 조단이 야구계로 갔다가 다시 컴백하는 순간도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그 당시 그들은 나의 영웅이었고 나의 하루에 활력소를 주는 존재들이었다. 


당시 나의 우상은 조던이고 하더웨이였다. 


이후 나의 관심은 워크맨 하나 없던 나에 손에 쥐어진 CD 플레이어 하나로 바뀌기 시작하였다. 당시 집에는 카세트테이프를 들을 수 있는 작은 라디오 외에 다른 음악 청취 수단이 없었다. 그러던 중 용돈을 모아 당시 집에 잘 없었던 휴대용 CD 플레이어를 구매하였다. 나에게 음악의 신세계가 열린 것이다. 그리고 인근 레코드 방에 가서 당시 최신 앨범이었던 DJ-DOC 3집 ‘겨울 이야기’를 구매하였다. 보통 테이프는 많이 들으면 늘어난다고 하지만은 이건 늘어날 일이 없었다. 다만 CD 한 장이 만원 정도였기 때문에 막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나로서는 부담은 되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CD 한 장으로 또다시 행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이다. 이후 REF 2집, UP 2집 등을 시작으로 상당히 많은 CD를 사 모으기 시작하였고, 음악에 대한 관심은 CD 구매와 함께 대학 입학 그리고 군대 입대 후에도 계속되었다. 


최근 종영된 ‘슈가맨’은 CD를 듣던 그 시절을 떠 오르게 한 방송이었다. 스타들을 쫒아갈 만큼 열정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먼 곳에서 그들은 나의 우상이었고 당시 나를 설례게 만든 사람들이었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무언가를 모은다는 것은 상당히 좋은 일이고 좋은 취미인 것 같다. 꾸준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어 그 분야에 집중을 해 나간다면 분명 인생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 부분을 나는 직접 경험하고 지금을 살아가는 나에게 많은 경험을 안겨다 준 것 같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행복을 간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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