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섧은 바다

시 _ 03

by 구의동 에밀리

그제서야 나는 깨달은 것이다

너와 나의 해안선은

각기 다른 리듬으로 춤추고 있음을


나는 너의 성 문을 두드렸다

너는 그에 맞추어

나뭇가지로 새로운 금을 그었다,

조금 더 네 쪽으로 가까이


끝없는 너의 성은

문을 두드릴 때마다

한 뼘씩 내게 더 열렸다


한없이 부드럽기만 한 모래밭을

성으로 삼은 네가

마음에 좋았다


그러나 나는 끝내,

너의 뒷걸음질에 지쳐

섧은 울음을 터뜨렸다


그 날 하늘은 공허했다

울음보다도 푸른 빛이었지


문을 두드리면 들려오던

너의

'그럼, 여기까지만'

'오늘은, 이 선까지만'


나는 그것이

조금씩 열리는 성문인 줄 알았으나,

여전히 너는 뒷걸음질인 채

끝없는 모래사장을 우리는

헤맬 뿐이었다


나는 돌아서서

네가 없는 바다로

천천히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너와 주고받던

분홍 조개를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눈물을 흘렸는지

알 길도 없는

바닷속으로,


햇살도 들지 않는

물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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