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_ 03
그제서야 나는 깨달은 것이다
너와 나의 해안선은
각기 다른 리듬으로 춤추고 있음을
나는 너의 성 문을 두드렸다
너는 그에 맞추어
나뭇가지로 새로운 금을 그었다,
조금 더 네 쪽으로 가까이
끝없는 너의 성은
문을 두드릴 때마다
한 뼘씩 내게 더 열렸다
한없이 부드럽기만 한 모래밭을
성으로 삼은 네가
마음에 좋았다
그러나 나는 끝내,
너의 뒷걸음질에 지쳐
섧은 울음을 터뜨렸다
그 날 하늘은 공허했다
울음보다도 푸른 빛이었지
문을 두드리면 들려오던
너의
'그럼, 여기까지만'
'오늘은, 이 선까지만'
나는 그것이
조금씩 열리는 성문인 줄 알았으나,
여전히 너는 뒷걸음질인 채
끝없는 모래사장을 우리는
헤맬 뿐이었다
나는 돌아서서
네가 없는 바다로
천천히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너와 주고받던
분홍 조개를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눈물을 흘렸는지
알 길도 없는
바닷속으로,
햇살도 들지 않는
물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