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_ 02
내가 왜 햄버거를 먹어야 하는데!
너는 내 손을 놓지 않으려 했어
손이 아니라 겨우 옷자락이었지만 -
나는 눈물을 그렁거리면서
치킨버거를 입에 넣고 있었어
꾸역꾸역, 우겨넣었지
그 전까지만 해도 난,
멋진 거울이 있는
약간 어른스러운 술집에서
거울을 보며 루즈를 고쳐 바르고 있었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인 듯이 -
그리고 네가 나타난거야
붉은 장미보다는 대낮의 은행나무가 더 어울리는
노란 샹들리에 불빛보다 형광등에 걸맞을
나는 멋진 검은 원피스 차림이었어,
반짝이는 에나멜 퍼스와
고급스러운 목걸이까지 다 하고 -
그런데 내가 왜 너와 햄버거를 먹어야 하는데
그것도 이 길바닥에서,
지긋지긋해 도망쳤던 한데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