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대기업 출신이랍니다

by 구의동 에밀리

10년 근속 위기에 처했다.

처음 입사할 때는 이렇게까지 한 회사를 오래 다닐 줄 몰랐다. 물론 아버지께서 “첫 회사는 10년 다닐 수 있는 회사를 고르라더라” 하고 얘기하신 적은 있었지만, 그 조언을 실천할 생각은 없었다.

난 딱히 마음을 먹지도 않았는데, 정말 10년을 다닐 줄이야. 제일 오래 다닌 학교도 초등학교 6년이 고작인데! 마치 초등학교와 중학교 내내 똑같은 반에 다닌 것만 같은 기분이다.

그러는 사이에 다른 업계들로부터는 점점 멀어지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심지어 아예 새로운 업계가 ‘탄생’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취업 준비할 때만 해도 배달 서비스가 요즘처럼 크지 않았다. 원데이 클래스나 유튜버도 그렇고.

점심 산책을 하면서 그런 고민을 털어놨다.

“한 회사에만 오래 있다 보니까, 다른 회사들은 어떨지도 궁금해.”

그러자 동료가 이렇게 답했다.

“요즘에는 다양한 일이 있으니까요. 직장인이 아니고서라도, 잘나가는 인플루언서는 돈 엄청 잘 벌잖아요.”

“그치? 유튜버처럼 혼자 일하는 1인기업 같은 사람들도 있고.”

“저는 친구가 도예를 배우고 있는데요. 친구한테 지금 들어간 대기업 잘 다녀뒀다가 나중에 도예 원데이 클래스 열라고 했어요.”

“아아. 그것도 좋겠다, 원데이 클래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상했다. 도예 클래스를 여는데 왜 대기업을 잘 다녀둬야 하지? 의아해서 물어봤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원데이 클래스 소개 글에 써야 하니까요. ‘대기업 A사 출신 모모 님의 도예 클래스’, 이런 식으로요.”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읽은 책에 비슷한 소개가 있었다. 구글 코리아에서 퇴사하고 요리사가 된 분의 에세이였다. 지금 돌이켜 보면 구글과 요리는 전혀 상관이 없는데, 둘을 붙여 놓으니 괜히 ‘오오’ 하고 책에 손이 갔다.과연, 마케팅이란 이런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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