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는 새벽 2시 반에 갑자기 태동이 엄청났다.
신기하게도 낮보다는 밤에 태동이 더 심한 것 같다. 지금 주차에는 태아의 시신경이 발달해서 빛을 볼 수 있다고 들었다. 물론 옷으로 가려졌으니 더 어두울 테지만, 그래도 빛을 생각하면 낮보다는 밤에 더 조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
어제도 평소처럼 밤 11시 반쯤부터 잠을 청하기 시작해서 1시간 정도 있으니 잠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자다깨다를 반복하다가 새벽에 태동이 몰아쳐서 다시 깰 수밖에 없었다. 태동이 활발하면 그만큼 건강하다는 증거라고 해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이지만, 한동안 태동이 있고 나면 배가 뭉치곤 해서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밤마다 보통 이런 패턴을 겪었다.
1. 뜬금없이 엄청 태동이 심하다
2. 딸꾹질을 하기 시작한다 (물론 내가 아니라 아기가)
3. 배가 뭉친다
4. 배뭉침이 사라지면서 딸꾹질도 점점 사그라드는 것처럼 보인다
5. 어디 잘못된 게 아닌가 싶은 걱정이 슬슬 든다
6. 잠시 쉬었던 딸꾹질을 다시 하거나, 한두 번 발로 뻥 차준다
7. ‘잘 있구나’ 싶어서 마음이 놓이지만, 평화롭게 자고 싶은 마음과 배뭉침이 걱정되는 마음이 든다
그저께 병원에 갔을 때는 자궁경부 길이가 0.5cm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셨다. 보통 이 정도면 진통이 올 수도 있는데, 지난번의 0.9cm에서 지금까지도 잘 버티고 계신 것 같다고 말씀 하셨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이제 까딱하면 분만실로 가야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지금 분만해도 웬만하면 괜찮다지만, 그래도 아직 37 주차가 되지 못했는데. 마음의 준비도 아직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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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속이 불편하거나 태동이 한동안 있고 나면 배가 뭉친다. 배가 뭉치는 게 곧 자궁 수축이자 가진통인데, 그게 20~30분 간격으로 있다가 말다가 하는 정도가 아니라 5~10분 간격으로 이어지면 진짜 진통으로 간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밤에 자려고 누우면 속이 더부룩하거나 태동이 있어서 배가 뭉칠 때가 종종 있고, 배가 뭉치면 이게 진짜 진통인지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특히 밤이 되면 배가 뭉칠까 걱정이 더 많이 된다.
잠을 청할 때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을 견디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창밖으로 강한 비바람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고, 빗방울이 창문을 한 번씩 와장창창 때리는 것 같은 굉장한 밤. 그렇게 ‘부디 오늘밤만 잘 넘어 갔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으로 두 세 시간씩 선잠을 자다 보면 아침이 되었다.
10분 간격의 주기적인 자궁 수축이 오면 응급실로 오라고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는데. 자려고 누운 상태에서 핸드폰을 열고 배가 뭉칠 때마다 기록 버튼을 눌러가며 체크를 하면 더 신경이 쓰여서 오던 잠도 확 달아나 버릴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아예 잠을 안 잘 수도 없고.
한편으로는 이제 심한 태동은 배뭉침의 전조증상인가 싶은 생각까지 들어서, 태동이 있으면 그 자체로도 신경이 좀 쓰인다.
그렇게 어젯밤에는 두 세 시간 간격으로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아침 8시 반에 일어나서 화장실을 가보니 거울 속에 팬더가 있었다.
베이비 빌리 커뮤니티를 보니, 어떤 사람은 최근에 아이를 낳는 꿈을 몇 번씩 꿨다고 했다. 나뿐만 아니라 다들 두렵고 불안해 하는 시기인가 보다.
아니 그래도 34주차면 만삭까지 좀 남았는데, 조금만 더 버틸 수는 없을까?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지금도 딸꾹질을 열심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