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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안의 우주 안의 우주

줄리엣과 여행하는 법

by 구의동 에밀리

생선구이 집을 찾았다.


바닷가 마을인 만큼, 동네에 생선집이 많았다. 점심을 먹으러 줄리엣과 함께 슬리퍼를 끌며 골목을 이리저리 둘러봤다.


투명한 유리창과 유리문에 하얀색과 파란색 시트지로 메뉴판을 붙여놓은 집에 눈에 들어왔다. 각종 구이와 탕, 찜까지 없는 게 없었다. 가게 안에는 이미 손님이 몇 명 있었다. 동네 주민 같았다. 이 곳은 현지인 맛집이라는 직감을 믿고 들어섰다.


“흐응, 뭐 먹을까~”

“난 알탕 먹을래.”

“엥? 너 생선구이 먹고 싶다며.”

“그냥 알탕이 더 땡기네.”

“나는~ 나는 그래도 고등어 구이!”


벽면에는 선풍기가 돌아가고, 텔레비전에서는 축구 경기가 방송되고 있었다. K리그 시즌인 모양이었다. 혼자 온 손님들은 밥을 먹다가 고개를 들고 텔레비전을 보곤 했다.


“와아 진짜 알 되게 많다!”

“알탕이니까, 아무래도.”


음식이 나오자, 줄리엣이 내 앞에 놓인 알탕을 보고 감탄했다.


“근데 이건 뭐야? 뇌같이 생긴거.”

“생선 내장.”

“으아, 생선 내장도 먹을 수 있어?”

“눈알도 먹는걸, 뭐.”

“눈알~? 눈알을 어떻게 먹어~ 으아 징그러~”

“횟집 가면 가끔 ‘눈물주’라고 해서, 눈알을 소주에 살살 까넣은 술이 나오기도 해.”

“으아아~ 눈알을 까넣는다구? 더 징그러~”


징그럽거나 괴상한 것에는 누구보다도 거리낌 없으면서……. 직접 보지도 않은 ‘눈물주’를 가지고 줄리엣은 엄살을 떨었다.


“정말 눈알 먹는 사람들이 있단 말이지?”


역시나 줄리엣은 고등어구이의 눈알을 콕콕 찌르며 말했다. 거침없구나.


“먹으려고?”

“흐응, 고민 중이야. 먹어보면 젤리 같을지도? 의외로 맛있을지도~”

“용감하네. 난 아직 한 번도 안 먹어봤거든.”

“에잉, 뭐야? 난 당연히 너도 먹어본 줄 알았는데. 속았네, 속았어.”

“속이긴, 무슨.”


나는 알탕을 먹기 전에 줄리엣에게 물었다.


“곤이나 먹어볼래?”

“곤이 뭐야?”

“‘곤’이 아니라, ‘곤이’. 아까 말한 이거, 뇌처럼 생긴 생선 내장. 생긴 건 이래도, 고소하고 말랑해서 맛있어.”

“오오 그 정도면 도전할만 하지! 한입만~”


적당한 크기의 곤이를 골라, 줄리엣의 밥공기 뚜껑에 올려주었다.


“소스에 찍어 먹어봐.”

“이렇게? 우와, 이거 되게 음, 뭐랄까, 고소하다고 해야 하나? 구수하다? 뭔가 신기하네. 생선살이랑은 또 다른 맛이구. 간장 안 찍었으면 좀 느끼했을지도?”

“그치? 알도 하나 가져가.”

“오, 땡큐! 너두 고등어 살 좀 가져가. 여기, 발라놔 줄게. 간장이랑 와사비 찍어 먹으면 더 맛있다?”


나는 내 앞에 놓인 간장에 와사비를 살살 풀고, 줄리엣이 발라 놓은 고등어 한 점을 찍었다. 밥 위에 올리고, 조미하지 않은 김을 얹어서 싸먹었다. 간장이 짭쪼름한 맛이 김 특유의 향과 건조한 담백함과 잘 어울렸다.


“흐응, 그런데 같은 알이라고는 해도 캐비어는 내가 아는 맛이 아니겠지? 엄청 비싸다던데.”


줄리엣은 알을 한 입 베어물고는 캐비어 이야기를 꺼냈다.


“그렇지 않을까? 근데 어쩌면 생각보다는 평범할 수도 있고. 생긴 건 연어알처럼 탱글탱글해서 비슷해 보이던데.”

“신기해. 철갑상어 알은 되게 비싼데, 이런 알은 아예 듬뿍 넣어서 알탕으로 만들어 팔기도 하고. 이렇게 듬뿍듬뿍 넣으면 알이 몇 개가 들어가는 걸까? 우린 몇 마리의 알을 먹는 걸까나~”

“으, 그런 식으로는 생각해 본 적 없는걸…….”

“진짜? 난 멸치 먹을 때도 그런 생각 하는데. 한 입에 털어넣는 잔멸치가 대체 몇 마리일까 생각하면, 내 숟갈 하나를 채우려고 너무 많은 생명이 희생되는 거 아닌가 싶어가지구.”

“밥 한 번 먹을 때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피곤하겠는걸.”

“근데 보니까, 알에 비하면 멸치는 아무 것도 아니야. 알은 한 입에 몇백 개가 들어가잖아? 하나의 생명체가 또 하나의 우주라고 생각하면은, 우리는 생선 한 마리를 먹으면서 우주 하나를 먹고, 그 생선 안에 있는 알을 먹으면서 몇백 개의 우주를 먹고, 또 그 알들이 우리한테 안 먹혔으면 미래에 낳았을 수도 있는 생선들까지 포함해서 또 수천 개의 우주를 먹는~”


줄리엣의 말을 듣고 나니, 알탕을 먹는 행위가 죄스럽게 느껴졌다. 알을 뒤적이다가 곤이를 젓가락으로 집어서 간장에 찍어먹었다. 밥 한 숟가락 뜨고, 미나리 향이 시원한 국물 한 숟갈 뜨고. 그러고 보니 알을 이런 식으로 소비하면 물고기가 새끼를 치기 어려울 텐데, 그럼 생태계가 유지가 되려나?


그렇게 알탕에서 알 먹기를 주저하고 있었는데, 정작 줄리엣은 “그럼 이렇게 한 입 먹으면 우주 안의 우주 안의 우주를 먹는 셈!”이라며 알을 한 입 베어물었다. 또 괜한 걱정이었다. 나도 개의치 않고 국물까지 싹싹 비웠다. 줄리엣도 야무지게 고등어 살을 발라먹어서, 나중에는 그릇에 가시만 남아있었다.


“저희 계산이요.”

“네에~”


직원분께서는 앞치마에 손을 슥슥 닦고, 카운터로 오시면서 우리 자리를 흘끗 보셨다. 설거지 하기 딱 좋게 깨끗한 그릇들이었다.


“알탕 하나, 고등어구이 하나 맞으시죠? 아이구, 아가씨들이 잘 잡수셨네. 입맛에 맞으셨나봐?”

“네! 알이랑 내장이랑 다 맛있었어요~”

“내장이요?”

“곤? 곤이? 그거 뇌처럼 생긴거요~”

“아, 그건 내장이 아니고. 이리라고 하는 건데, 수컷 생선 정소예요 정소. 모르고 드셨구나? 오호호~”

“으아아?!”


줄리엣이 입을 딱 벌리고 나를 쳐다봤다. 생선구이 집을 찾았다.


바닷가 마을인 만큼, 동네에 생선집이 많았다. 점심을 먹으러 줄리엣과 함께 슬리퍼를 끌며 골목을 이리저리 둘러봤다.


투명한 유리창과 유리문에 하얀색과 파란색 시트지로 메뉴판을 붙여놓은 집에 눈에 들어왔다. 각종 구이와 탕, 찜까지 없는 게 없었다. 가게 안에는 이미 손님이 몇 명 있었다. 동네 주민 같았다. 이 곳은 현지인 맛집이라는 직감을 믿고 들어섰다.


“흐응, 뭐 먹을까~”

“난 알탕 먹을래.”

“엥? 너 생선구이 먹고 싶다며.”

“그냥 알탕이 더 땡기네.”

“나는~ 나는 그래도 고등어 구이!”


벽면에는 선풍기가 돌아가고, 텔레비전에서는 축구 경기가 방송되고 있었다. K리그 시즌인 모양이었다. 혼자 온 손님들은 밥을 먹다가 고개를 들고 텔레비전을 보곤 했다.


“와아 진짜 알 되게 많다!”

“알탕이니까, 아무래도.”


음식이 나오자, 줄리엣이 내 앞에 놓인 알탕을 보고 감탄했다.


“근데 이건 뭐야? 뇌같이 생긴거.”

“생선 내장.”

“으아, 생선 내장도 먹을 수 있어?”

“눈알도 먹는걸, 뭐.”

“눈알~? 눈알을 어떻게 먹어~ 으아 징그러~”

“횟집 가면 가끔 ‘눈물주’라고 해서, 눈알을 소주에 살살 까넣은 술이 나오기도 해.”

“으아아~ 눈알을 까넣는다구? 더 징그러~”


징그럽거나 괴상한 것에는 누구보다도 거리낌 없으면서……. 직접 보지도 않은 ‘눈물주’를 가지고 줄리엣은 엄살을 떨었다.


“정말 눈알 먹는 사람들이 있단 말이지?”


역시나 줄리엣은 고등어구이의 눈알을 콕콕 찌르며 말했다. 거침없구나.


“먹으려고?”

“흐응, 고민 중이야. 먹어보면 젤리 같을지도? 의외로 맛있을지도~”

“용감하네. 난 아직 한 번도 안 먹어봤거든.”

“에잉, 뭐야? 난 당연히 너도 먹어본 줄 알았는데. 속았네, 속았어.”

“속이긴, 무슨.”


나는 알탕을 먹기 전에 줄리엣에게 물었다.


“곤이나 먹어볼래?”

“곤이 뭐야?”

“‘곤’이 아니라, ‘곤이’. 아까 말한 이거, 뇌처럼 생긴 생선 내장. 생긴 건 이래도, 고소하고 말랑해서 맛있어.”

“오오 그 정도면 도전할만 하지! 한입만~”


적당한 크기의 곤이를 골라, 줄리엣의 밥공기 뚜껑에 올려주었다.


“소스에 찍어 먹어봐.”

“이렇게? 우와, 이거 되게 음, 뭐랄까, 고소하다고 해야 하나? 구수하다? 뭔가 신기하네. 생선살이랑은 또 다른 맛이구. 간장 안 찍었으면 좀 느끼했을지도?”

“그치? 알도 하나 가져가.”

“오, 땡큐! 너두 고등어 살 좀 가져가. 여기, 발라놔 줄게. 간장이랑 와사비 찍어 먹으면 더 맛있다?”


나는 내 앞에 놓인 간장에 와사비를 살살 풀고, 줄리엣이 발라 놓은 고등어 한 점을 찍었다. 밥 위에 올리고, 조미하지 않은 김을 얹어서 싸먹었다. 간장이 짭쪼름한 맛이 김 특유의 향과 건조한 담백함과 잘 어울렸다.


“흐응, 그런데 같은 알이라고는 해도 캐비어는 내가 아는 맛이 아니겠지? 엄청 비싸다던데.”


줄리엣은 알을 한 입 베어물고는 캐비어 이야기를 꺼냈다.


“그렇지 않을까? 근데 어쩌면 생각보다는 평범할 수도 있고. 생긴 건 연어알처럼 탱글탱글해서 비슷해 보이던데.”

“신기해. 철갑상어 알은 되게 비싼데, 이런 알은 아예 듬뿍 넣어서 알탕으로 만들어 팔기도 하고. 이렇게 듬뿍듬뿍 넣으면 알이 몇 개가 들어가는 걸까? 우린 몇 마리의 알을 먹는 걸까나~”

“으, 그런 식으로는 생각해 본 적 없는걸…….”

“진짜? 난 멸치 먹을 때도 그런 생각 하는데. 한 입에 털어넣는 잔멸치가 대체 몇 마리일까 생각하면, 내 숟갈 하나를 채우려고 너무 많은 생명이 희생되는 거 아닌가 싶어가지구.”

“밥 한 번 먹을 때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피곤하겠는걸.”

“근데 보니까, 알에 비하면 멸치는 아무 것도 아니야. 알은 한 입에 몇백 개가 들어가잖아? 하나의 생명체가 또 하나의 우주라고 생각하면은, 우리는 생선 한 마리를 먹으면서 우주 하나를 먹고, 그 생선 안에 있는 알을 먹으면서 몇백 개의 우주를 먹고, 또 그 알들이 우리한테 안 먹혔으면 미래에 낳았을 수도 있는 생선들까지 포함해서 또 수천 개의 우주를 먹는~”


줄리엣의 말을 듣고 나니, 알탕을 먹는 행위가 죄스럽게 느껴졌다. 알을 뒤적이다가 곤이를 젓가락으로 집어서 간장에 찍어먹었다. 밥 한 숟가락 뜨고, 미나리 향이 시원한 국물 한 숟갈 뜨고. 그러고 보니 알을 이런 식으로 소비하면 물고기가 새끼를 치기 어려울 텐데, 그럼 생태계가 유지가 되려나?


그렇게 알탕에서 알 먹기를 주저하고 있었는데, 정작 줄리엣은 “그럼 이렇게 한 입 먹으면 우주 안의 우주 안의 우주를 먹는 셈!”이라며 알을 한 입 베어물었다. 또 괜한 걱정이었다. 나도 개의치 않고 국물까지 싹싹 비웠다. 줄리엣도 야무지게 고등어 살을 발라먹어서, 나중에는 그릇에 가시만 남아있었다.


“저희 계산이요.”

“네에~”


직원분께서는 앞치마에 손을 슥슥 닦고, 카운터로 오시면서 우리 자리를 흘끗 보셨다. 설거지 하기 딱 좋게 깨끗한 그릇들이었다.


“알탕 하나, 고등어구이 하나 맞으시죠? 아이구, 아가씨들이 잘 잡수셨네. 입맛에 맞으셨나봐?”

“네! 알이랑 내장이랑 다 맛있었어요~”

“내장이요?”

“곤? 곤이? 그거 뇌처럼 생긴거요~”

“아, 그건 내장이 아니고. 이리라고 하는 건데, 수컷 생선 정소예요 정소. 모르고 드셨구나? 오호호~”

“으아아?!”


줄리엣이 입을 딱 벌리고 나를 쳐다봤다.


<돌돌돈> 구매 인증 이벤트, @handicop 님의 ‘우주 안의 우주 안의 우주’ 키워드로 만든 소설입니다.

>> 『돌고 돌아 돈까스』 인증 이벤트 <<

*** 6월 한 달간! ***
<돌돌돈> 인증샷을 올려주세요.
여러분이 외친 키워드로
작가가 직접 짧은 소설을 써드립니다.

*** 참여 방법 ***
1.『돌고 돌아 돈까스』를 어떻게든 확보한다
2. 인증샷을 SNS에 올린다
3. 소설에 쓰였으면 하는 키워드를 남긴다
(예: 옥수수수염차, 퇴사, 고양이 등)

!!! 인스타그램에 올릴 경우
@milimiliemilie 계정을 태그해 주세요!
(스토리는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니, 작가가 놓치지 않게 알려주셔야 해요)

!!! 블로그, 스레드, 트위터(엑스) 등 다른 플랫폼도 모두 참여 OK!
포스팅 링크나 캡처를 DM으로 보내주시면 확인 가능합니다 :)

*** 키워드를 골라주시면 ***
작가가 짧은 소설을 지어 드릴게요.
웃기거나, 슬프거나, 괴상하거나(?)
아무튼 당신의 키워드가 이야기가 됩니다!

- 이벤트 기간: 2025. 6. 3(화) ~ 6. 30(월)
- 소설은 인스타그램에 연재됩니다 (브런치에 차곡차곡 쌓이는 중!)

*** 여러분의 키워드가 작가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
함께 놀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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